[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편집자주> 바이오산업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산업은 가능성을 먹고 성장하는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제조업과 달리 연구개발(R&D) 단계가 길고 설령 상품화에 성공해도 100%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신중하게 투자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이코노믹리뷰는 투자자들이 바이오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기대에서 벗어나 올바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국내 바이오기업들을 직접 탐방하고 자체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 한올바이오파마 연혁. 출처=한올바이오파마

사명 변경 후 바이오기업 인지도 쌓아

한올바이오파마는 1973년 선경제약이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제약업계에서 나름 잔뼈가 굵은 업체지만 잦은 명칭 변경과 인수합병 문제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이 회사는 1978년 선경그룹(현 SK그룹) 계열사라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업체명을 한올로 변경했다. 이후 한올제약을 거쳐 2010년부터 지금의 명칭을 줄곧 사용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의 연구개발 및 제조, 판매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안구질환, 항암 치료제 등의 바이오신약 개발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로이반트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 바이오 신약 HL161과 HL036을 기술수출하면서 개발 역량을 인정받았다. 기술수출에 따른 수익도 2017년 45억, 2018년 61억, 2019년 127억원으로 매년 증가하며 영업이익률 향상에 기여 중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올해 상반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해당 기간 연결기준 매출액은 447억원,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3%, 56%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의원의 내원 환자가 줄어들면서 의약품 판매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파트너사인 이뮤노반트에 투자한 주식과 관련해 추가 이익이 발생해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98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면 또다시 기술수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뮤노반트의 중증근 무력증(MG)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는 올 3분기, 온난항체 용혈성 빈혈(WHIHA)은 4분기, 갑상선 안병증(TED)는 내년 상반기 발표 예정”이라며 “하버바이오메드는 시신경척수염(NMOSD), 혈소판 감소증(ITP), MG에 대해서는 임상 2상 중이며, TED는 2·3상 진입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 박승국(왼쪽), 윤재춘 한올바이오파마 공동대표이사 사장. 출처=한올바이오파마, 대웅제약

대웅 출신 공동대표, 모회사와 시너지 효과 기대

한올바이오파마는 2015년 대웅제약에 인수되면서 공동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박승국 대표와 윤재춘 대표가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이들 공동대표는 모두 대웅제약 출신으로 모회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웅제약과 바이오 기술력을 갖춘 한올바이오파마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이들 공동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박 대표는 13년 이상 한올바이오파마를 이끌어온 실력자로 꼽힌다. 그는 과거 대웅제약 생명공학연구소에서 근무할 당시 국내 생명공학 신약 1호로 등재된 대웅제약의 ‘이지에프 외용액’ 개발에 성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7년 한올바이오파마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윤재춘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뿐만 아니라 모회사 대웅제약, 지주회사인 대웅, 관계사인 대웅바이오 등의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대웅그룹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윤 대표가 직접 수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한올바이오파마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윤 대표는 한올바이오파마 인수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인수 뒤 실적악화를 겪으면서 한동안 실패한 투자로 인식됐지만 2019년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을 돌파하면서 윤 대표의 판단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 한올바이오파마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 출처=한올바이오파마

개발 성공하면 혁신신약으로 발돋움

한올바이오파마는 바이오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주요 신약 파이프라인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L161'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이다.

HL161은 병원성 자가항체로 알려진 면역글로불린(Ig)G을 감소시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IgG의 감소는 중요하다. HL161은 병원성 자가항체를 몸속에 축적시키는 Fc 리셉터(FcRn)라는 수용체에 결합해 혈중 IgG 농도를 낮춘다.

자가면역질환은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할 항체와 면역세포가 오작동을 일으켜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것을 일컫는다. 항체가 공격하는 부위에 따라 질환의 종류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자가면역질환은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매년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HL161과 동일한 계열의 FcRn 항체 신약 개발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Argenx의 ARGX-113, UCB의 UCB7665 등 경쟁 약물들이 벌써 임상 3상에 진입했다. HL161은 경쟁 약물 대비 1~2년 느린 개발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안전성과 편의성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HL161은 완전 인간항체를 이용하기 때문에 면역원성과 같은 부작용 위험이 낮고 피하주사 제형으로 개발돼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은 대웅제약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이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하거나 지나치게 증발해 안구 표면이 손상되고 자극감, 이물감 등을 느끼는 눈 질환이다. HL036은 안구에서 염증을 유발하는 TNF-α를 억제해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경쟁제품이 많지 않아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회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효자 품목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상반기 미국에서 약 637명의 안구건조증 환자를 대상으로 HL036의 임상 3-1상을 마치고 차기 임상을 준비 중이다. 미국 임상과 별도로 올 하반기 중국에서 하버바이오메드가 HL036의 허가를 위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HL036의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안구 후면부 질환 치료제인 HL189/190와 면역항암 치료항체인 HL186/187 등도 개발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한계 없이 생각하고, 경계 없이 행동하자'는 연구개발 모토를 바탕으로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미국의 로이반트, 중국의 하버바이오메드, 한국의 대웅제약과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과 Anti-TNF 안구건조증 바이오신약이 이러한 노력에 의해 나온 결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