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장사를 가름한다는 마케팅 최대 승부처 ‘디왈리(인도 최대 명절)’가 다가오는 데 인도 가전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수입TV의 통관이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인도에 도착하여 통관 대기 중인 물품까지도 개별 허가가 나오기까지는 중단이다. 전격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이들 TV수입 개별 허가는 아마도 11월 명절 대목이 지나서야 사후조치로 풀릴 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엔 속수무책일 것이다. 이유가 뭘까?

인도에 진출한 삼성과 LG의 경우 노이다, 푸네, 첸나이에 공장을 두고 TV를 비롯한 각종 가전을 생산하고 있지만 대형 TV 등은 수입으로 인도 내수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TCL과 같은 중국기업은 인도 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하여 수입 TV를 저가에 대량 판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 내수 TV소비의 35% 정도가 수입품이다.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인 인도가 이를 두고 양 날의 칼을 세운 것이다.

모디 정부는 인도 제조업을 보호하고 자립하는 인도를 만들어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와 고용 불안 등이 야기한 사회적 민심이반 등 난국을 헤치고 나갈 수 있다고 여긴다. 그 와중에 우선된 타깃은 중국이다. 인도 정부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초래한 위기감이 고조된 현 상황을 최대치로 활용하려고 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중국으로서는 굴복하기엔 어려운 선택이다. 자칫 내부 정권유지에 치명적인 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홍콩 이슈까지 더해 있어 중국의 대 인도 전략은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생각대로만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와 중국의 대립 상황은 상당 기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 기간이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저비용으로 한·인도 관계에서 교역이나 정부간 협정 등 제반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일 수 있다.

인도시장이 중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한국기업이 취할 수 있는 제1의 전략은 적극적인 진출이다. 그 동안 어려웠던 시장안착과 점유율 확보가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진출모드를 갖추어야 한다. 한국제품에 초보인 현지 파트너에 거대한 인도시장 전체를 맡기고 그저 처분만 나오길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우연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이 기회를 승부의 전환점으로 삼고 그 동안 망설였던 인도 내 마케팅 체제를 직접 경험하는 것도 한 방편이다. 실질적인 거래는 지역 파트너 인도기업들이 하겠지만 본사로서의 마케팅 총괄과 지원에서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중국과의 빈번했던 고위급 회담 빈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적극적 유도와 호응이다. 미루어 졌던 한국·인도 100억달러 EDCF도 과감하게 제한을 풀고 인도정부가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쥐었던 끈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양국 교역관계 주요 협정들 개정에 성과를 내어야 한다. 인도가 중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일본이 국내문제에 함몰되어 있는 지금이 바로 아시아에서 공감 상대를 필요로 하는 인도를 상대로 한국이 적은 수고로도 결과를 낼 수 있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