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은행들이 올해 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은행권 경영화두인 지속가능경영 기조에 부합하며 자금조달,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동참, 기업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서다. 코로나19 사태와 정부 그린뉴딜 등과 맞물려 향후 ESG채권 발행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4대은행 올해 3조1800억원 발행…지난해 발행규모 이미 넘어서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올 들어 현재까지 ESG채권 발행규모는 약 3조56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이들 은행이 발행한 3조1800억원을 이미 11.9% 넘어선 규모다.

ESG채권은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이 사회 문제 해결이나 친환경 사업을 위한 투자로 한정돼 있다. 자금활용목적에 따라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한 그린본드(Green Bond)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소셜본드(Social Bond) △그린본드와 소셜본드 목적을 결합한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으로 나뉜다.

발행횟수와 조달규모 면에서 올 들어 ESG채권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민간은행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서만 원·달러·유로화 등으로 총 네 차례에 걸쳐 ESG 채권을 발행했다. 조달규모는 약 2조1500억원으로 은행권 최대 규모다. 하반기에도 외화 ESG 채권 추가 발행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도 올 들어 세 차례 원화 ESG채권 발행으로 총 7500억원을 조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 7월에 이어 이달까지 세 차례 모두 원화 ESG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모았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5억달러, 5000만달러 규모의 코로나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민간은행 중 농협은행도 지난달 5억달러 규모의 소셜본드를 발행하며 사상 처음으로 ESG채권 시장에 뛰어들었다.

ESG채권으로 '정부정책 동참+기업이미지 개선' 두마리 토끼 잡는다

ESG채권이라고 해서 발행금리가 낮아진다거나 하는 큰 이점은 없다. ESG등급 부여를 위해 외부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절차도 까다롭고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ESG채권 발행에 국내 은행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가 있어서다. 최근 은행권 화두인 지속가능경영의 근간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수행이 브랜드 가치 제고와 '착한 기업'이라는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를 가져와 결국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SG채권 발행도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인 셈이다.

코로나19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도 ESG채권 발행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사모펀드 사태로 고객신뢰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관련 자금지원 이슈가 확대되면서 ESG채권이 기업 이미지 개선과 자금조달이라는 1석 2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올랐다.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제재를 받아 정부 눈치를 봐야했던 상황도 은행들의 ESG채권 확대 노력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ESG채권 발행 확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선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ESG 채권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경기회복 단계에서 ESG의 중요성과 투자자 관심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면서 "향후 성장 여지도 큰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도 은행권의 ESG채권 발행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달 정부는 5년간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인프라와 산업을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65만9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뉴딜 정책과 함께 해외 연기금들의 국내 ESG 채권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해마다 투자총액의 일정비율 이상을 ESG채권에 할당해 신규 매입하고 있다.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해외자금 유입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은행권이 ESG채권 발행에 관심을 두는 주요 이유다.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원칙을 개정하며 전 자산군에 ESG 투자를 확대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해외 연기금처럼 매년 신규투자액의 15%를 ESG용으로 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ESG 투자 한도를 설정한다면 은행권의 원화 ESG 채권 발행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쉽게도 국내는 기후변화 대응, 그린 인프라 확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에 관심이 낮고 관련 그린산업 투자도 다소 부족해왔다"라면서 "그린본드 발행 등이 적극적으로 수행돼 온실가스 절감, 친환경 도시재생, 신재생 에너지 전환 등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투자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ESG채권 발행규모는 80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한해 동안 발행된 110억달러의 70% 이상을 올 들어 6개월만에 달성한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