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네이버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네이버가 국내 검색 포털 업계에서의 입지를 자사 커머스 사업의 확장에 활용해 기존 입점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는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의견이 곧 나올 전망이다. 이 의견의 방향성에 따라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에 공정위가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수도 있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래된 싸움 

공정위는 공식 입장을 통해 오는 19일 관련 전원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논의될 안건은 국내 온라인 쇼핑업계에서 네이버의 독과점 행위 여부의 판단과 제재의 수위 등이다. 

이번 논의는 네이버의 입점 업체인 이커머스 기업 이베이코리아가 지난 2018년 공정위에 판단을 요청한 것에서 시작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가 쇼핑 검색결과를 노출 할 때 자사의 간편 결제 수단인 네이버페이와 연결된 사업자의 상품들을 의도적으로 검색창 상단에 위치시켰다”라고 지적했고,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네이버에 불만을 표출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4년 네이버는 자사 검색엔진 기반의 오픈마켓(온라인 판매 중개) 플랫폼 ‘샵엔’의 출범과 운영을 준비했다. 그러나 당시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국내 주요 오픈마켓들의 반발로 끝내 네이버는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했다. 

쿠팡은 네이버와의 마찰로 잠시 동안 네이버 입점 이커머스 업체에서 이름을 내리기도 했다. 

▲ 국내 검색포털 시장 점유율 그래프.출처= 인터넷트렌드 데이터

네이버의 독과점을 문제로 삼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장은 지난 수 년 동안 상당히 일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체 60%가 넘는(인터넷 트렌드 데이터 2020년 7월 19일~8월 16일 기준 61.84%) 국내 검색 포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가 새로운 수익구조의 구축을 위해 검색에서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위를 커머스에도 적용시킨다는 것이다. 광고비용을 네이버에 지불하고 입점해 있는 기존 이커머스 업체 상품들의 검색 결과보다 상위에 네이버와 연결된 판매자들의 상품을 노출시키는 등 의도적 ‘조작’에 네이버가 개입했다는 게 이커머스 업체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네이버의 쇼핑플랫폼은 빠르게 성장을 보여주면서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는 것 역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만들고 있다.  

시장 조사 사이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20조9249억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쿠팡의 거래액 17조771억원, 이베이코리아의 16조9772억원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아울러 올해 2분기 네이버가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쇼핑 사업이 포함된 네이버의 '비즈니스 플랫폼'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6% 증가한 7772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입장 

과거 공정위는 네이버의 행위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밝혔고 이후 네이버는 스토어팜·네이버 윈도 등 자신들의 오픈마켓형 플랫폼들을 활성화 시켜왔다. 그러나 2018년 이베이코리아가 재차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공정위가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든 사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정위가 예고한 ‘전원회의’는 통상 사안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그 수습이나 해결 방안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수 년 동안 각 오픈마켓들이 제기해 온 불만이 일관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의 관점 역시 일관적이다.

“네이버의 쇼핑 카테고리가 성장한 것은 다른 입점업체들에게 애써 불이익을 주고 우리가 부당한 이익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많은 온라인 판매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고 선택을 받은 것이며, 일부 업체들이 주장하는 검색결과에 대한 ‘조작’이 가능하려면 하루에 최대 수천만 건 이상 발생하는 검색 데이터에 전부 손을 대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네이버 측의 주장이다. 

현재 공정위가 전원회의로 논의할 사안에 대해 네이버 측은 “회의의 결과에 따라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려되는 점 

19일로 예정된 공정위의 전원회의의 결과에 따라 네이버와 오픈마켓들은 각자의 의견을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네이버와 오픈마켓의 갈등 구도가 이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커머스에 대한 국가의 규제 강화의 여부다.   

사실 이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온라인 쇼핑 채널에서 벌어진 마스크 등 주요 품목의 가격 폭등현상이 일어날 때부터 제기된 문제다. 당시 일각에서는 온라인 쇼핑 업계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폐해라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온라인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으로 이커머스까지 확장되는 정부 기관의 강화된 규제를 우려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한 전문가는 “공정위가 네이버 쇼핑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이는 업계 전체로 규제의 폭은 확대되는 빌미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높은 자율성을 근간으로 급격하게 성장해 온 이커머스의 추가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이커머스 업체들의 갈등은 지난 수 년 동안 이어진 ‘똑같은 내용’의 다툼에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의미들이 부여되고 있다. 이에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내릴 결론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