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기대이론이라는 것이 있다.기존의 케인즈학파 경제학이 국가의 적극적 시장개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것에 비해 합리적 기대이론은 국가의 시장개입은 효과가 전혀 없다는 [정책 무력성의 명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한마디로 국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는 주장이기도 하다.예를 들어보자.정부에서 국산차 이용을 장려하기 위해 수입차에 대해 내년부터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여 가격을 올리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 어떻게 될까 ? 수입차 구입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높아지기 전에 서둘러 수입차를 구매하게 되어 오히려 수입차의 판매가 장려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국가에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발표를 한다면 ? 시장참여자들은 변경예정인 기준금리에 대비하여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실제 기준금리가 올라간다해도 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이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와 국회에서는 20여 차례의 부동산 정책발표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과열되어 있다는 판단하에 임대차 3법을 통과시키고 이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전세기간을 기본 2+2년으로 하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대응하여 집주인들이 전세매물을 거두거나 전세금을 많이 올려 받으려하는 것이다.합리적 기대이론에 의하면 이러한 집주인들의 움직임은 지극히 합리적이라 할 수 있다.앞으로 4년간 전세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향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가격 상승분을 선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을 [투기] 또는 [시장교란행위]로 규정하여 2+2+2년으로 총 6년간 전세기간을 늘리도록 준비중이다.시장참여자들 , 특히 집주인들은 전세기간이 6년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행동할까 ? 예측은 어렵지 않다.총 4년으로 최소 전세기간을 늘었을때처럼 총 6년의 최소 전세기간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6년후 전세가격 상승분을 선반영하여 전세를 내놓을 것이 자명하다.전세가격의 상승원인이 집주인들의 탐욕때문인지 아니면 정부의 정책에 대비한 합리적인 선택인지 ,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여기에 더해 2020년8월18일부터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도록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전세금 5억원을 가정했을 때 2년간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44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 하고 이중 집주인 부담은 2/3 , 세입자 부담은 1/3이 되도록 한다고 한다.만일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집주인은 2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게 된다.이중 정직하게 자신의 부담으로 전세보증보험 비용을 부담할 집주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전세/월세 매물이 부족한 현상황에서는 집주인은 전세금에 보증보험료 부담분까지 얹어서 계약함으로써 비용전가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아마도 향후 이러한 비용전가의 문제가 발생하면 또다른 규제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선하고 완벽한 공동체 생활을 하는 동화속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각 개인들은 이익을 최대한으로 손실을 최소한으로 하려는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정부의 역할은 각 개인들이 가진 이기심을 [죄악]으로 규정하여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을 정해 집주인과 세입자들이 서로의 이기심을 발휘하더라도 일정한 범위안에서 타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합리적 기대이론에 의하면 집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없애거나 전세보증금을 급하게 올리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전세보증보험료의 전가도 다르지 않고 말이다.과연 전세금을 올리고 세입자들에게 보험료 부담을 시키는 것은 집주인들일까 ? 아니면 잘못된 부동산 정책 때문일까 ? 이 역시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것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