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리더, 남의 나라의 먼 이야기

영국 브랜드 컨설팅사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 매년 세계 500대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여 발표하고 있다. 2020년, 브랜드파이낸스는 어떠한 총평을 내렸을까?

브랜드파이낸스 상무이사 리처드 헤이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의심할 의류 분야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의류 브랜드의 브랜드 가치는 최대 20%까지 하락할 것이다. 이들 브랜드는 점포, 공장 폐쇄, 부서진 공급망, 전례 없는 경제 불확실성에 직면한 고객 기반 등과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힘들고, 격동적인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부적인 전망도 공개했다. 일단,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인해서, 의류 분야의 전체 브랜드들은 다른 분야의 브랜드들보다 브랜드 가치가 최대 20%를 잃을 수 있다는 평가를 내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줄어든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주목할 상황이 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분발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브랜드 Nike는 브랜드 가치가 7%,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Levi는 38%가 올랐다고 분석한 것이다. 모두 캐주얼 브랜드.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낸 기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Nike와 Levi와 대조적인 기업은 Valentino와 Gap으로, 브랜드 가치 하락이 두드러진 이들 브랜드는 모두 39% 하락이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위기.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미심장한 발표도 했다. 세계 최강 의류 브랜드를 나타내는 BSI(Brand Strength Index) 지수 발표였다. 패션제품을 총망라한 브랜드 가치의 1등은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Rolex. Rolex는 100점 만점에 89.8점으로 왕관을 지켰다.

 

선진국의 기준 패션 산업

브랜드파이낸스가 밝힌 의류 분야 2020년 랭킹 50위. 매출액을 기준으로 평가해서, 순위 조작은 상상할 수 없다. 전 세계 수백만, 수천만 의류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주목하는 순위라서, 50위에 드는 것은 말 그대로 환상.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없다.

나이키(Nike, 미국) 347억 9,200만 달러(+7.3%)를 필두로, 구찌(GUCCI, 이탈리아) 176억 3,000만 달러(+20.2%), 아디다스(Adidas, 독일) 164억 8,100만 달러(-1.1%), 루이비통(Louis Vuitton, 프랑스) 164억 7,900만 달러(+21.4%)이 선두권을 차지한다.

5위는 까르띠에(Cartier, 프랑스) 150억 1,500만 달러(+10.1%)를 시작으로, 자라(ZARA, 스페인) 145억 8,200만 달러(-20.9%), 에이치앤엠 (H&M, 스웨덴) 138억 6,000만 달러(-12.7%), 샤넬 (Chanel, 프랑스)의 137억 500만 달러 순으로 이어진다.

9위는 놀랍게도 유니클로 (UNIQLO, 일본) 128억 7,800만 달러(+7.4%), 10위는 에르메스 (Hermès, 프랑스) 119억 900만 달러(+9.1%)이다. 맨 마지막의 괄호 속의 %는 2019년 대비 증감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이키는 2019년보다 7.3% 매출이 늘었다.

11위부터는 Rolex(스위스), Dior(프랑스), COACH(미국), Tiffany & Co.(미국), Chow Tai Fook(Hong Kong), Victoria's Secret(미국), Burberry(영국), Anta(중국), Ralph Lauren(미국), Prada(이탈리아)가 차지하고 있다. 예상했던 브랜드이다.

 

IT분야에 치중된 한국의 브랜드 파워

상한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서, 국가 브랜드 파워를 살펴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국의 랭킹은 무려 10위. 미국, 중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인도에 이어 한국이다. 호주나, 스페인, 네덜란드, 멕시코, 스위스 등이 한국 밑이다.

그 밑으로 브라질, 러시아, 스웨덴, 사우디아라비아, 폴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이 뒤를 잇는다. 국가 브랜드 파워만 따지면, 한국은 말 그대로 세계 톱10. 놀라운 것은 한국 국가 브랜드 파워가 2017년 이후 줄곧 10위였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국 국가 브랜드 파워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 기업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한 삼성. 삼성은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5위. 6위부터는 중국공상은행, 페이스북, 월마트, 중국평안보험, 화웨이 순서이다.

테크놀로지에서도 삼성은 6위, LG는 2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위만 보면 약해 보이지만, 22위까지 미국기업 14개, 중국기업 6개이므로, 국가순위론 3위에 해당한다. 국가 랭킹에서 한국에 앞선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는 아예 없다.

하지만 이외 분야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없다. 자동차 분야에서 현대차가 14위, 기아차가 22위를 기록하고, 한국타이어가 7위를 기록했을 뿐이다. 제품의 정신 구현 측면에서 임페리얼이 27위를, 참이슬이 3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타산지석 UNIQLO, 한국 의류 산업의 미래

세계 최고 자동차 브랜드 Mercedes-Benz의 연 매출액은 650억 4,100만 달러(77조 원), 세계 최고 패션 브랜드 Nike의 연 매출액은 347억 9,200만 달러(41조 원). 상대 비교가 쉽지 않다고 할 수도 있지만, 패션이 자동차 시장보다 더 큰 규모이다.

6.25 한국전쟁 이후 지난 67년간, 한국은 기술을 중심으로 고속성장을 했다. 그 결과, 한국 브랜드 가치는 세계 10위. 세계가 놀란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어떤 기술력을 발전시켜야 할까? 바로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가 전례이다.

한국은 반도체, 스마트폰, 테크놀로지에서 발휘한 기술력을 의류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업계 강자가 있어 어렵다는 말은 변명이 안 된다. 일본 기업 UNIQLO가 모델이 될 수 있다. UNIQLO는 Chow Tai Fook와 함께 25위에 든 아시아 업체.

UNIQLO가 세계적 브랜드가 된 것은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유니섹스모드의 저가 고품질 상품을 판매하되, 인기 연예인들을 이용해서 광고하고, 연예 잡지를 통해서 홍보했다. 그리고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섭외해서, 제품을 세계 수준으로 올렸다.

UNIQLO가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 1964년 창업한 NIKE가 오니츠카 타이거에 저가 고품질 상품을 위탁해서 판매하며, 마이클 조던을 섭외해서 광고하고, 방송과 신문을 통해서 대대적인 홍보를 한 것과 같은 일이다. 성공은 방식은 모두 똑같다.

코로나19는 생활환경을 급속히 변화시킨다. 재택근무가 늘면, 전통적 고가 의류 브랜드가 무너질 수 있다. 국가 브랜드 파워 10위 걸맞은 의류 브랜드가 나올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