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씨티은행 본점. 출처=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국내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반토막 난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순익이 20% 이상 증가한 SC제일은행과는 온도차가 있는 결과다.

다만 대폭 증가한 충당금 전입액 규모와 작년 본점매각으로 일시적으로 순익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SC제일은행, 순익 개선·충당금 적립 '두마리 토끼' 잡다

14일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올해 2분기 순익 등을 포함한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적립과 순익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SC제일은행은 상반기 순익으로 1820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1503억원)과 비교해 21.1%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 2018년 상반기 순익인 1835억원 수준으로 순익을 회복한 것이다. 올 2분기 순익으로는 전년 동기(743억원)보다 18.8% 증가한 883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순익 개선은 코로나19 사태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빅컷)라는 악조건에도 이자수익을 방어하고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 성공한 결과라는 평가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이자수익으로 2430억원을 거둬들이며, 전년 동기(2382억원)보다 0.2% 늘렸다. 

같은 기간 비이자수익은 전년 동기(1674억원)와 비교해 25.7%나 급증했다. 자산관리(WM) 수수료 수익과 기업금융 외환 트레이딩 수익이 비이자수익 성장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수익 개선을 바탕으로 충당금 적립 규모도 큰 폭으로 늘렸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충당금으로 434억원을 적립했다. 이는 전년 동기(249억원)보다 74.3% 증가한 규모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확대된 리스크에 선제적인 대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출처=씨티은행
기저효과 등에 순익 급감…2017·2018년 대비 순익 감소는 '아쉬움'

반면 씨티은행은 다소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씨티은행은 올 상반기 순익으로 9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696억원)보다 46.9%나 급감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본점 매각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는 게 씨티은행의 설명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5월 다동 본점을 매각하고 현재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작년 상반기 실적에는 본점 매각에 따른 수익이 일회성으로 반영돼 있어 올 상반기 실적이 대폭 악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올 상반기) 본점건물매각이익 소멸효과가 769억원이며, 총 수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본점건물매각이익 소멸을 포함한 일회성요인 제외시 0.7% 감소에 그친다"라고 설명했다.

본점건물매각이익 769억원 포함한 지난해 상반기 기타영업수익은 957억원이다. 반면, 올 상반기 기타영업수익은 69억원으로 92.8%나 쪼그라 들었다. 

충당금을 대폭 늘린 것도 순익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씨티은행의 올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은 1056억원으로, 전년 동기(703억원)보다 50.2%(353억원) 늘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충당금 전입액 증가율이 74%로 급증했으나, 증가 규모는 185억원이다. 씨티은행이 SC제일은행보다 충당금을 2배 가까이 더 쌓은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은 코로나19과 개인신용대출 증가를 대비하고자 선제적으로 쌓았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와 초저금리시대를 감안하더라도 3~4년 전인 2017년과 2018년 상반기와 비교해 순익이 감소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씨티은행의 2017년와 2018년 순익은 각각 1169억원과 1170억원이었다.

박진회 씨티은행 은행장은 “이번 2분기 실적은 이자율 하락과 대손비용의 증가 등 코로나19의 도전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핵심사업인 자금시장, 자산관리 및 개인신용대출 부문에서 고무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