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대한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스피 상장 항공사들의 실적이 모두 발표 난 가운데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간 실적 희비가 명확하게 갈렸다. FSC들은 여객 수요 감소에도 역대급 화물 운송 호황으로 턴어라운드를 맞은 반면 LCC는 코로나 쇼크가 고스란히 반영되며 1분기에 이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된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FSC의 실적을 견인한 항공 화물 호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저비용항공사, C쇼크 본격화… 상장 4사, 2분기 영업손실액 2449억원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상장 LCC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총 3개사는 모두 적자폭이 확대됐다. 

진에어는 개별 기준 매출액 232억원, 영업손실 5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266억원 보다 2배 이상 확대됐다. 당기순손실도 590억원으로, 전년 동기 244억원 대비 적자폭이 증가했다.

티웨이항공 또한 별도 기준 매출액 247억원, 영업손실 48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6.4%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에어부산 역시 별도 기준 매출 237억원, 영업손실 514억원, 당기순손실 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4.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 손실도 2배 이상 확대됐다.

앞서 지난 5일 발표 난 제주항공의 2분기 매출액 또한 3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8.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4% 축소됐으며, 영업손실도 15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들 상장 항공 4개사의 2분기 영업손실액은 총 2449억원에 달한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매출은 80% 이상 줄었고, 적자폭도 2~3배 확대됐다.  

LCC 실적 초토화의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객 수요 급감이다. 국제선이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선으로는 수익성 제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1분기에는 일부 국제선을 운영했지만 2분기에는 국제 노선 운항이 전면 중단되며 수익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난 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2분기 매출은 44% 감소한 1조6909억원에도 1485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624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다음날 발표난 아시아나항공 역시 2분기 매출 8186억원, 영업이익 1151억원, 당기순이익 116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모두 흑자로 돌아섰고, 2018년 4분기부터 적자였던 실적이 6분기 만에 반전에 성공했다. 

이는 글로벌 항공사 가운데서도 선방한 수준이다. 미국의 주요 FSC들은 1·4분기 2배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일본 양대 항공사도 1000억엔이 넘는 적자로 힘겨워 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부채비율도 대폭 개선되며 올 한해 흑자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경쟁사들이 여객 본업에 집중하고자 화물사업을 줄여온 탓이다. 대한항공처럼 화물 전용기가 20대를 넘어가는 항공사는 극소수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항공 화물, 3분기도 기대감… “수송량 지속·이연 수요 존재”

양대 FSC의 깜짝 실적은 항공 화물 호황에 발 빠르게 대처한 영향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5월부터 여객기의 기내 수하물 보관함을 활용해 화물을 실었으며, 6월에는 여객기 좌석에 항공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 카고 시트 백을 설치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유휴 여객기를 이용해 화물기처럼 활용하거나, 화물기 임시편을 편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화물 영업에 나섰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항공 운임도 양사 실적 견인을 이끌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초 미주와 유럽향 화물운임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1.7%, 23.9% 상승했다. 2분기 운임급등의 주 요인이었던 마스크, 방호복, 키트 등 긴급물자 수요가 진정되면서 화물운임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둔화됐지만, 최근 미주노선은 재차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객기 운항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밸리카고를 통한 항공 화물 공급력 증가가 어려운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항공 화물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 화물 수송량이 줄지 않고 있는데다, 2분기 운임급등으로 발생했던 이연 수요가 존재해서다. 

실제 지난달 국제선 화물 수송량은 23만434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항공사별로 보면 대한항공이 19.3%, 아시아나항공이 3% 물동량이 증가했다. 아울러 7월 환적률은 44.8%를 기록해 2015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월 37.2%보다도 대폭 늘어난 수치다. 동남아와 아시아발~미주향 노선에서 물동량이 회복되는 가운데, 한국이 중간 화물 기착지로써 역할이 확대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는 항공 화물 운임이 높을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객기 운항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밸리카고를 통한 항공 화물 공급력 증가가 어렵다”면서 “2분기 같은 운임 급등세까진 아니지만 전년 대비 30% 이상의 높은 운임 흐름이 연말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반도체, 기계류, 농수산물 등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송 중량이 플러스 전환했다. 이는 긴급 방역용품 대비 운임이 낮은 품목들이나 여객기 좌석이나 개조 공간으로 수송하기는 어려운 품목”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여객기 운항이 계속 차질을 빚을 경우 화물운임 상승률은 화물 성수기인 4분기 재차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