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원유 수요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이다. 다만 미국 실업 지표의 예상 외 호조와 증시 상승세, 달러 약세 등으로 유가 낙폭은 제한됐다.

13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1%(0.43달러) 내린 42.2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0월물은 배럴당 1%(0.47달러) 하락한 44.96달러에 체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원유 소비가 당초 예상보다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월간 보고서를 발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항공 여행 제한 등으로 운송 활동 회복이 지연되면서 올 하반기 세계 원유 수요가 전년 대비 하루 평균 81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발표한 전망치보다 14만 배럴 쪼그라든 수치다.   

아울러 전날인 지난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2020년 원유 수요가 일 평균 906만 배럴 축소될 것으로 예측,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감소 폭은 지난달 예상한 895만 배럴보다 11만 배럴 확대됐다.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관련 불확실성 역시 유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의장은 "(부양책에 대한) 백악관과의 견해 차가 여전히 크다"며, 당국 정부가 부양 패키지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실업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유가는 하락 폭을 줄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실업 보험 청구자 수는 96만3000명(계절 조정치)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부터 폭증세를 보인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증시 상승과 달러 약세 또한 유가를 견인한 요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3.24로 1주일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일본 MUFG은행의 에산 코만 리서치 전략 본부장은 "통화 팽창 정책이 확산하면서 유가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