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1769년 프랑스의 공병장교 니콜라스 조셉 퀴뇨는 육중한 대포를 보병들의 힘만으로 옮기는 것은 군대의 기동성을 약화시킨다고 판단, 최초의 증기자동차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했다. 당시 그의 증기자동차는 획기적인 발명으로 찬사를 받았으나 뒤이어 터진 프랑스 대혁명의 여파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1801년 영국의 엔지니어 리처드 트레비식이 다시 증기차를 개발하며 영국을 중심으로 초기 자동차 산업티 태동하기 시작한다.

리처드 트레비식의 차량은 승객 8명을 태운 상태에서 무려 13Km의 속도를 내는데 성공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영국 런던과 첼트넘을 오가는 초보적인 단계의 증기기관 버스까지 등장했다.

당장 1830년에 거쳐 영국을 중심으로 하는 증기차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1834년 차량이 전복되며 엔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해 승객 2명이 현장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차량이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공포가 만연하게 퍼지는 상황에서 증기차의 등장을 두려워하던 마차 업자들의 로비까지 겹치며, 영국은 1865년 악명높은 붉은 깃발법(Red Flag Act)을 시행한다. 

차량의 중량과 속도를 제한하는 한편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차량의 앞에서 깃발을 들고 주변에 차량이 있음을 알리는 정책이다. 이 불편한 정책에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뒤로 퇴보했고, 지금도 영국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주류 자리로 올라서지 못하고 있다.

생명을 지키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적기법이 산업의 본질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무시한 대표적인 규제로 역사에 남은 이유다.

▲ 영국의 증기자동차. 출처=갈무리

다시 휘날린다
최근까지 국내 ICT 업계에서 붉은 깃발법, 즉 적기법은 모빌리티 시장에서 회자된 바 있다. 정부가 택시업계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기형적 성장을 방치한 상황과, 1865년 영국 정부가 마부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여 증기차 시장의 성장을 꺾은 사례가 정확하게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결국 21세기판 적기법은 국내서 현실이 됐고, 국내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뒷광고 논란과 관련된 이슈에서 다시 적기법의 망령이 휘날리고 있다.

▲ 출처=갈무리

유튜브 뒷광고 논란, 그들의 사연
유튜브 뒷광고 논란이 거칠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참PD'의 폭로 방송이 나온 후 유명 유튜버들은 일제히 사과방송을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양팡, 문복희, 쯔앙 등을 비록한 유명 유튜버들은 물론 유명 크리에이터 300여명이 소속된 ‘샌드박스 네트워크’와 '트레저 헌터'도 반성문을 썼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유명 유튜버 대다수는 기업과의 협찬 및 광고 콘텐츠를 게시하며 별도의 공지를 하지 않았다. 즉 뒷광고를 받았다는 뜻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사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뉴미디어 플랫폼과 콘텐츠의 속성은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전제로 하며, 뒷광고는 이러한 유대관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달리 유튜브를 통해 나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크리에이터와 강력한 유대감을 가지며 친근함을 느낀다. 이를 크리에이터들도 십분활용하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가 충족된다. 크리에이터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조악한 영상과 자막으로 범벅이 되어도 시청자들은 영상미와 높은 수준의 의식수준을 요구하지 않고 편안하게 '친구'인 크리에이터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뒷광고는 이러한 신뢰에 통렬한 타격을 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여기에 평소 '친구'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유튜버들의 높은 수익에 필요이상의 박탈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뒷광고 논란에 분노하기 시작하며 그 저주의 굿판은 더욱 적나라하고 비이성적으로 흘러가는 중이다. 나아가 뒷광고 논란에 있어 일부 유튜버들은 끝까지 모르쇠로 버티거나 자기들을 친구로 여겼던 시청자들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며 논란의 불길에 부채질을 했다.

▲ 출처=갈무리

일단은, 규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9월 1일부터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광고 콘텐츠의 경우 반드시 관련 고지를 해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가운데 유튜버들은 뒷광고 사실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고, 시청자들은 분노하거나 내심 통쾌한 지적질에 빠져있다.

앞으로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국엠씨엔협회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회의를 열어 관련된 대책을 논의했다. 그 결과 공정위의 개정안을 충실히 따르자는 결론을 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공정위의 지침에 따르며 관련 산업 전반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다만 일부 규제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박성조 한국엠씨엔협회장은 <이코노믹리뷰>와의 통화에서 "뒷광고처럼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는 행위를 근절해야 하며, 이를 걷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면서도 "공정위의 개정안 취지는 공감하지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후속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광고 및 협찬을 받은 콘텐츠의 경우 5분마다 광고 콘텐츠라는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필요이상의 규제라는 입장이다. 박 협회장은 "거듭 강조하지만 뒷광고와 같은 논란이 더이상 되풀이되면 곤란하다"면서도 "(공정위의 개정안대로) 5분마다 광고임을 공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공정위 방안대로 5분마다 콘텐츠에 광고 공지를 한다면, 중국 바이트댄스의 틱톡 등 5분 이내의 숏폼 콘텐츠는 사실상 규제 무풍지대로 남게된다. 여기에 국내 사업자의 경우 5분마다 광고 공지를 해야 하지만 외국 사업자는 해당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소지도 있다.

공정위의 개정안이 최근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방송사 간접광고(PPL) 및 글로벌 유입 콘텐츠 등에 대한 지침 적용의 모호성이 여전한데다 광고 고지를 맹목적으로 강제하며 시청자들의 콘텐츠 몰입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문제도 남는다.

무엇보다 공정위의 정책적 결단에 있어 크리에이터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MCN 사업 전반의 강력한 메신저인 한국엠씨엔협회가 사실상 배제되어 있다는 점도 논란이다. 공정위가 다른 단체와의 소통만으로 해당 개정안을 다듬고 있다는 말이 파다한 가운데, 자칫 이번 개정안이 업계 전반의 지지를 얻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 이유로 협회는 20일 즈음 공정위에 공개 공청회를 제안할 방침이다.

▲ 출처=한국엠씨엔협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유튜브 뒷광고 논란은 결국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이 아직 초기인 상태에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없었고, 무엇보다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MCN 비즈니스의 오래된 고민, 수익성 악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 미국의 경우 메이커스튜디오 및 스타일하울 등 유명 MCN들은 초반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으나 지금은 천문학적인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휘청이고 있다. 크리에이터 기반의 뉴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활짝 열었으나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재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버들과 MCN은 자연스럽게 뒷광고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MCN 업계의 비즈니스가 원만하게 살아나야 한다. MCN 업계의 오래된 고민이 풀려야 하며, 뒷광고와 같은 논란을 확실하게 걷어낼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공정위의 개정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보면 산업 전반에 대한 고민이 없이 무작정 '산업의 목을 조르는' 행위만 포착된다. 광고 및 협찬을 받은 콘텐츠를 5분마다 공지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콘텐츠의 투명성을 담보하자는 방안이지만 이는 '친근함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강력한 몰입도를 끌어내야 하는 뉴미디어 산업의 기본적인 정체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 한국엠씨엔협회서 광고 및 협찬 공지를 하라는 공정위의 판단에는 동의하면서 그 방법을 두고는 세밀한 방안을 기대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공정위의 판단은 영국의 적기법과 유사하다.

증기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그 편리함과 기발함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열렸으나, 사망사건이 터지자 영국 정부는 이를 방지한다는 미명으로 관련 산업을 원천적으로 틀어막았다. 지금 유튜버 뒷광고에 임하는 공정위도 비슷하다. 유튜브를 필두로 다양한 뉴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자 그 편리함과 기발함에 사람들은 환호했고 새로운 산업의 기회가 열렸으나, 유튜버 뒷광고 논란이 터지자 한국 정부는 이를 방지한다는 미명으로 관련 산업을 원천적으로 틀어막고 있다.

더 우울한 점은, 적기법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퇴보시켜 영국을 자동차 산업의 변두리에 지금까지 머물도록 만들었다는 점이다. 지금 유튜버 뒷광고 논란에 대한 공정위의 방침이 '글로벌 사업자 역차별 논란'에 시달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민의 깊이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동일한 실수를 방지하지 않으려면 사안에 대한 입체적이고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무작정 공정위의 행보에 환영의 의사만 표하는 것이 아닌,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성조 협회장은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하고 뒷광고와 같은 논란이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새로운 산업을 올바르게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벌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엠씨엔협회는 유튜브 등 플랫폼 가이드 라인은 물론 콘텐츠 창작자와 MCN이 함께 하는 자율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이후 공정위와 함께 법의 틀 안에서 다양한 논의를 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