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출처=롯데그룹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롯데그룹 2인자인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13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황 부회장은 이날 오후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통상적인 인사 시즌이 아닌데 이사회를 통해 인사를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는 배경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황 부회장의 퇴진에 대해 롯데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실적 부진을 맞게 된 문책성 인사라고 보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새로운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이번 인사를 통해 그룹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겠단 각오란 말로만 공식적인 입장을 대체했다.

황 부회장은 30여년간 신동빈 회장 ‘오른팔’인 롯데그룹 2인자였다. 대내외적으로 ‘신동빈의 남자’로 불릴 정도로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기도 했다. 실제 황 부회장과 신 회장과의 오랜 인연은 화학 분야에 몸담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마산 출신의 황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후 지난 1979년부터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 황 부회장이 부장으로 재직 당시 신 회장이 상무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은 첫 인연을 맺게 됐다. 일본어에 능통한 황 부회장은 당시 한국어가 서툰 신 회장의 업무를 보좌하면서 신임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황 부회장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한다. 신 회장이 19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기획조정실 산하 국제부 부장으로 이동했다. 이전에는 국제부 부서는 이전에 없던 부서로, 신 회장이 황 부회장을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황 부회장은 인수합병 등을 주도하며 그룹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다. 2004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2009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코리아세븐), 2012년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등의 인수 등이 그 결과다.

2007~2008년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대형마트 ‘마크로’ 점포, 2008년 네덜란드 초콜릿회사 ‘길리안’ 등의 인수도 이끌었다. KT렌탈(롯데렌탈), 삼성그룹 화학부문 등 최근 3년 전후로 롯데그룹이 추진했던 대형 인수합병도 모두 황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2014년부터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옮기면서 롯데지주가 출범한 이후까지 계속 그룹 구심점인 정책본부와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핵심 사안을 챙겨왔다. 특히 2015년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었던 ‘형제의 난’과, 2017년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을 당시 경영공백기에도 신 회장을 곁을 지키기도 했다.

그해 10월 롯데지주 출범과 동시에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선임, 이후 부회장으로 승진해 롯데그룹의 2인자 자리를 지켰다.

그룹 측에서는 이번 황 부회장의 경영일선에서의 용퇴에 대해 자발적인 뜻에 의한 것으로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실제 롯데지주는 지주 및 일부 계열사에 대한 이례적인 8월 인사 발표와 함께 그룹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황 부회장이 밝혔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황 부회장은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뜻에서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을 결정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그러나 재계는 지주를 이끄는 수장으로써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하락한 그룹 전반적인 실적 하락이 그의 용퇴를 결정한 배경이란 시선을 제기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그룹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 임원인사 및 롯데지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며 “지속적으로 전문성 있는 새로운 리더들을 발굴,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부회장의 후임은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발탁됐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이동우 전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 ‘3인 대표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1960년생으로 건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6년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상품 소싱과 영업 등을 두루 거친 ‘백화점맨’이다. 2007년 롯데백화점 잠실점장, 경영지원부문장을 맡았다. 이후 2012년 롯데월드 대표로 자리를 옮긴지 2년 만에 롯데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2015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하이마트 성장세를 이끈 ‘유통전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