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왼쪽)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출범 3개월 차를 맞이한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도 '리딩뱅크' 대결을 벌이고 있다. 상품 등록건수, 구매율 등 지표에서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두 지주는 핵심과제인 '디지털금융 선도'를 위한 행보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출범한 금융데이터거래소는 서로 다른 산업 간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도록 데이터 거래를 돕는 중개 플랫폼이다. 금융지주 계열사 등 데이터거래소 참여기업이 자사 정보를 가공한 데이터 상품을 올려놓으면, 이를 필요로 하는 핀테크 기업, IT 기업 등은 물론 개인들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데이터 가공 테스트베드"…신한금융·KB금융, 데이터 거래 시장 '선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데이터거래소 출범 이후 석 달간 4대 금융지주(신한금융·KB금융·우리금융·하나금융) 계열사들은 총 162건의 상품을 등록했다.

이 가운데 KB금융 계열사는 올린 상품 수가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KB국민카드와 국민은행이 각각 60건, 22건을 등록했다. 신한금융은 74건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카드 69건, 신한은행 4건, 신한금융투자 1건이었다. 우리금융 계열사(우리은행 6건)는 6건이다. 반면 하나금융은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한 상품이 단 한건도 존재하지 않았다.

▲ 자료=금융데이터거래소 참고

구매 성사 횟수(구매 횟수)에서도 신한금융과 KB금융간 대결양상이 두드러졌다.

지주별 구매횟수에선 신한금융(106회)이 KB금융(102회)보다 4회 많았다. 우리금융은 등록건수 6건 가운데 실제 거래가 이뤄진 상품은 없었다.

신한카드가 구매횟수 106회로 지주사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카드가 102회로 2위에 올랐다. 신한은행이 구매횟수 1회로 뒤를 이었다. 이들 세곳을 제외하고 실제로 구매가 이뤄진 상품을 가진 지주 계열사는 한 곳도 없다.

신한은행은 구매횟수가 단 한번이지만,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참여한 은행 11곳 중에 유일하게 매매계약이 이뤄진 은행이다. 신한은행이 판매한 상품 이름은 '서울시 지역단위 소득·지출·금융자산 정보'다. 이 상품은 이동통신사 중 한 곳이 서울 지역 기반 고객에 대한 영업전략을 짜는 데 활용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22건, 6건의 상품을 등록했으나 아직 판매되진 않았다.

구매율을 살펴보면 지주별 구매율은 신한금융이 높았으나, 계열사별 구매율에선 KB금융이 앞섰다.

신한금융 구매율(1회 이상 구매가 이뤄진 상품수를 지주별 총 등록건수로 나눈값)은 16.2%로, KB금융 구매율(12.2%)보다 4%포인트(p) 높았다.

그러나 계열사 가운데서는 KB국민카드가 16.7%로 가장 높은 구매율을 기록했다. KB국민카드는 등록한 60개 상품 중에 10개가 실제로 매매됐다. 신한카드는 69개 상품 중 11개가 거래되며 구매율 15.9%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4개 상품 중에 1개가 거래돼 구매율 25.0%였으나, 표본이 적어 순위에 넣지 않았다.

건당 최다 거래규모는 8000만원으로 신한카드가 판매한 '맞춤형 광고제공을 위한 카드소비 데이터' 상품 거래액이다. 이는 지난달 기준 금융데이터거래소 총 거래규모(4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데이터거래소는 금융사들에 있어 데이터 가공을 실험해보는 테스트베드 성격이 있다고 본다"라면서 "금융지주들이 디지털금융 리딩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하고 세분화 된 판매 데이터셋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