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신(新)담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최근 격전지로 떠올랐던 운전자보험 '스쿨존 특약'부터 암보험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까지 새로운 담보를 탑재한 상품들이 보험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페이백, 납입면제 등 과거엔 드물었던 보험료 서비스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포화된 보험 시장 속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는 보험사들이 새로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주요 상품에 새로운 담보를 대거 도입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3일 상품개정을 통해 어린이보험에 △주요바이러스성질환진단 △3대질병통원일당 △암주요통증완화치료비 △암주요재활치료비 등의 신담보를 추가 탑재했다.

KB손해보험은 이달 '중할증 간편보험'을 선보였다. 중할증 간편보험이란 기존 간편보험 보다 저렴한 대신 인수기준을 소폭 높인 상품을 말한다. 그간 간편보험에서는 △최근 3개월 이내 입원·수술·추가검사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수술 △5년 이내 암진단·입원 및 수술기록 등의 고지 항목으로 이뤄진 상품이 대다수였다.

현대해상은 심혈관 보험의 보장 항목을 대폭 확대했다.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등을 보장했던 기존 상품에 부정맥, 심부전, 심정지 등의 진단비를 신설했다. 5대 혈관 질환인 △폐성 심장병 및 폐순환의 질환 △죽상경화증 △대동맥 동맥류 박리 △식도 정맥류 △위정맥류 등의 수술비 담보도 추가했다.

보험사들의 신담보 경쟁은 최근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특약'을 둘러 싼 암보험에서도 치열했다. 라이나생명이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보장을 선보이자, 손보업계에서도 관련 보장을 줄줄이 출시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지난 5월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대형 손보사들 모두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를 출시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운전자보험이 격전지로 떠올랐다. 손해보험사들은 지난 3월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명 민식이법 시행에 맞춰 운전자보험의 스쿨존 벌금지원금 한도를 확대한 특약을 잇달아 선보였다.

손보사들의 스쿨존 담보 경쟁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경쟁으로도 이어졌다. DB손보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전치 6주 미만 교통사고에도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보장하는 담보를 신설하자, 다른 대형 보험사들도 줄줄이 비슷한 담보를 확대하며 고객몰이에 나섰다.

최근에는 보험상품 서비스 경쟁에 불이 붙었다. 보험사들은 보장 확대뿐만 아니라 납입면제에 페이백까지 도입한 상품들을 출시하며 보험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납입면제란 보험가입자가 보험료 납입 기간 중 재해나 질병으로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장해상태가 될 시 보험사가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페이백은 이에 더해 그동안 낸 보험료까지 돌려주는 서비스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신담보와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포화된 보험 시장 속 기존의 비슷한 상품으로만은 고객을 끌어오기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신계약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는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1조4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9827억원 대비 26.1% 줄었다.

소위 격전지로 떠오른 신담보들은 히트를 치고 있다. 지난 5월 표적항암약물허가치료비 특약을 선보인 KB손보는 암보험 신계약 건수를 전달 보다 10배 가까이 신장시켰다. 표적항암치료제는 암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방해하고 정상세포에 작용하는 독성이 없어 일반적인 항암제 보다 부작용이 적어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쿨존 특약을 탑재한 운전자보험도 인기가 치솟았다. 지난 4월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 건수는 평균 83만 건으로 지난 1분기 월 평균 34만 건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민식이법으로 스쿨존 법률이 강화되면서 '스쿨존 포비아'라는 말까지 등장, 혹시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운전자들의 보험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상품도 트렌드에 따라 변화기 마련"이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만한 상품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기존의 상품으로는 신계약 유치에 한계가 있다. 한 보험사가 히트 상품을 선보이면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다른 보험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