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이다. 공유경제와 상관이 없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며 즉각적인 서비스 매칭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전략으로 상당한 동력을 창출하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코로나19를 맞아 글로벌 경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희비의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우버는 AB5라는 악재에 신음하는 한편 에어비앤비는 IPO를 준비하며 한 숨 돌리는 분위기다.

▲ 출처=갈무리

공통점, 불황을 먹고사는 온디맨드
공유지의 비극을 전제로 하는 공유경제 영역에서, 공유지가 존재하지 않고 이윤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는 기업인 플랫폼을 우리는 온디맨드 기업이라 부른다.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여기에 해당된다.

여기서 두 기업의 공통점을 짚어보자면, 에어비앤비와 우버는 불황을 먹고사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가 어렵고 시장에 공급자가 넘쳐나는 순간 온디맨드 기업들이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수요자를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자의 숫자가 적을 때 온디맨드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온디맨드 플랫폼은 당연히 권력을 가지게 된다. 온디맨드 플랫폼이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야기시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며, 글로벌 경제 위기 당시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2위였던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가 탄생한 배경이다.

여담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일반적인 중산층이 절대 차량을 운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살인적인 주차비를 자랑하기도 한다. 부동산 가격은 '미쳤다'는 말이 나오는 수준이다. 호황이라면 모를까, 서민경제 체감으로 보면 불황의 연속으로 봐도 무방하다. 그곳에서 우버가 피어난 셈이다.

이들 기업들이 불황을 전제로 한다는 단서는 또 있다.

먼저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사업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택시, 호텔 등 숙박 시장의 일반적인 시스템을 비틀어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수요와 공급자가 만나는 스펙트럼을 크게 넓혔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디론가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했으나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직접 만날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어디론가 여행할 때 호텔을 예약했으나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집을 소유한 개인과 직접 만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초반 기존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련 시장의 확대로 이어진다. 넓어진 스펙트럼으로 인해 선택지가 다양해지만, 택시를 타거나 타지않던 사람도 우버를 택하고 호텔을 예약하거나 예약하지 않는 사람도 에어비앤비를 택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모바일 기술로 기본 시스템의 비용절감을 전제할 수도 있다.

틈새시장의 방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틈새시장이 커지며 기존 시장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바로 불황이다. 만약 택시 숫자가 넉넉하고 승객이 돈이 많다면 우버는 나타나지 않고, 호텔 숫자가 넉넉하고 투숙객의 지갑이 두툼하다면 굳이 남의 집에서 자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온디맨드 기업들이 비록 누군가의 불행인 불황을 매개로 성장한다지만 그 자체가 현상이 아닌 해결책이라는 점에 있다. 플랫폼이 뛰어난 기술로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매칭하며 시장이 커지고 새로운 경제활동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단순한 연결을 벗어난 특별한 사용자 경험이 충족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어, 이는 미래기술과의 자연스러운 결합도 끌어낼 수 있다.

▲ 출처=에어비앤비

여기에 온디맨드 플랫폼들은 노동자들에게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보장하며 어느정도의 자기주도권을 보장할 수 있다. 긱 이코노미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차이점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불황을 먹고사는 온디맨드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근 두 기업의 분위기는 극과극이다. 에어비앤비는 IPO 까지 구상하는 여유로움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미 IPO를 단행한 우버는 주춤하고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코로나19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업계에서는 우버와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아니 온디맨드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19로 불황이 시작되는데 왜 불황을 먹고사는 이들 기업들이 어렵다는 것일까? 냉정히 말해 이는 억울한 프레임이다. 코로나19의 특성상 집단 감염 우려가 있는 오프라인 사업이 대부분 파탄났기 때문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온디맨드 기업도 동일한 피해를 입었을 뿐이다. 일각에서 공유경제 기업과 코로나19의 불황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전제부터 틀렸으니 무시해도 좋고, 온디맨드 기업과 코로나19의 불황을 조명한다면 택시업계의 줄어든 승객수와 호텔업계의 파탄난 경영상태를 들여다보라 조언하면 좋다. 코로나19는 일종의 모분수 변수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돌아와 두 기업의 희비를 분석하면, 결국 미세한 비즈니스의 차이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버를 보자면, 우버는 기본적으로(한국은 예외지만) 차량과 차량을 운전하는 드라이버가 공급자고 승객이 수요자다. 그리고 공급자는 전형적인 긱 이코노미에 기반을 둔 플랫폼 노동자다. 이들은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차량을 운전하는 노동행위를 한다. 여기에 AB5 법안이 적용되며 일이 복잡하게 꼬인다. 플랫폼 노동자를 정직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법원의 판결이 나온 가운데 우버는 생태계 전체의 흐름이 막혀버릴 위기에 처했다.

에어비앤비는 어떨까. 집을 보유한 호스트가 공급자, 숙박하려는 게스트가 수요자다. 여기서 우버와 다른 점은 호스트는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으나, 특별한 노동행위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집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몇몇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AB5 법안이 나올 정도의 우버와 비할 바 아니다. 결국 플랫폼 시스템이 운영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이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미세한 시스템의 차이, 아이템의 차이가 불황을 먹고사는 온디맨드 기업인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차이를 가르고 있다. 여기에 차량으로 활동하는 우버 드라이버와, 상대적으로 고가인 집으로 활동하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의 기본적인 경제력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에서 주로 영세한 사업자인 택시기사들이 격렬하게 모빌리티 변화를 거부한 것과,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숙박업소 주인들이 숙박 O2O 변화에 상대적으로 여유있게 반응했던 것을 보면 이해가 편하다.

결국 온디맨드 플랫폼 잡음의 크기는 수요자의 상황에 따라 출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국내 배달앱 시장을 보면, 더 재미있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배달앱의 경우 공급자는 음식점 점주, 수요자는 손님이다. 그런데 음식점 점주의 서비스 이동을 책임지는 또 다른 공급자인 라이더가 존재한다. 크게 보면 공급자가 둘, 수요자가 하나인 셈이다. 라이더는 보는 측면에 따라 우버 AB5 법안의 직접적인 대상자가 될 수 있고, 이들이 포함된 배달앱 시장에서 음식점 점주들은 에어비앤비의 호스트와 비슷한 위치를 점한다.

▲ 출처=배달의민족

우버와 비슷한 모빌리티라면 모를까. 국내에서는 우버 모델이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 긱 이코노미 생태계는 배달앱 처럼 미국과는 전혀 다른 생태계 특성을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서 논의되고 있는 AB5 법안의 국내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차이를 간파하고 각 생태계의 '다름'을 인정한 후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조건적인 카피는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