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러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록 소식으로 백신 기대감이 한껏 치솟았으나, 주요 원자재 가격 폭락과 미국 추가 경기 부양책 관련 협상 교착 등이 맞물리면서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0.8%(0.33달러) 내린 41.6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10월물은 장 중 한때 배럴당 1.1%(0.49달러) 떨어진 44.5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AP 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했으며 등록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의) 코로나19 면역 효과를 지속적으로 입증했다"면서, 자신의 딸도 이 백신을 접종 받았다고 언급했다. 

해당 백신의 경우 2차 임상 시험도 상세히 알려지지 않았고 최종 단계인 3차 임상 시험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식 등록돼 효과와 안정성 등 면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지만,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고무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금값이 기록적인 급락세를 보이며 선물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안전 자산인 금은 최근 코로나19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에 힘입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날 금값은 온스당 4.6% 미끄러진 1946.30달러를 기록하면서 5거래일 만에 2000달러 밑으로 주저 앉았다. 금액 기준으로는 지난 2013년 4월 이후 7년 4개월, 하락율 기준으로는 올해 3월 이후 5개월 만의 최대 폭 하락이다.

이는 미국의 7월 생산자 물가 지수(PPI)가 시장 예상치 이상의 호조를 나타내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큰 폭 상승하는 등 호재가 잇따르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후퇴한 영향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주춤하면서 금값 상승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인 지난 10일까지 이틀 연속 5만명을 밑돌았다.

은 가격은 장 중 한때 14%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수석 연구원은 "원유는 귀금속의 거대한 조정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의회는 신규 경기 부양책 합의를 위한 협상에서 여전히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 또한 유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 지난주 협상 결렬 후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 간 협상이 아직 재개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음 날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 발표를 앞두고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움직임이 나오는 점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장 마감 후 나온 미국석유협회(AP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지난주 400만배럴 줄어들면서 시장이 전망한 290만배럴 감소를 상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