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빌라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수도권과 지방을 불문하고 아파트값이 고공행진하면서 다세대·연립주택(이하 빌라)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아파트를 정조준하자, 초기 경제적 부담이 덜한 빌라가 대체제로 떠오르고 있다.

재테크면에서 빌라는 시세차익보다 실거주에 적합한 상품으로 다뤄졌다. 최근에는 특수설계와 더불어 엘리베이터 등 주거환경이 개선되면서 소형을 중심으로 신혼부부 사이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경제 부담이 적은 상품으로 이목을 끄는 중이다. 빌라는 아파트처럼 시세가 확 오르지 않아 갭투자로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대신 이른바 ‘미니 재건축’ 목적으로 노후 빌라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 정부 대책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빌라 재테크는 어떨까.

매수 목적과 상관없이 빌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조건이 다양하다. 매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빌라 재건축은 추진 기간이 아파트의 절반에 가깝지만 조합설립부터 시공사 선정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 알짜 재테크나 대체 주거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예상 외로 자금이 묶일 수도 있다. 깐깐한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 빌라 거래량 껑충

빌라의 인기는 거래량에서 돋보인다. 7월 서울 지역의 빌라 거래량은 1년새 두배 남짓 뛰어오르며 6369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4월 7686건을 기록한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손바뀜이 이뤄졌다. 마곡지구가 형성된 강서구,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빌라투자 열풍이 불었던 은평구가 거래가 많았다. 경기도의 경우에도 지난 6월 약 6000건 넘는 거래가 진행돼 10년 전 최고치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격으로 봐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한국감정원 동향조사를 살펴보면 빌라의 매매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오름세를 이어왔다. 7월 상승률은 0.13%인데, 이는 지난 2018년 2월(0.15%) 이후 2년 만에 높은 숫자다. 서울의 경우 지난 5월 하락세를 겪기도 했지만, 신축이 많은 은평구가 자리한 동북권을 중심으로 다시금 회복했다.

서울 강북권의 9억원, 6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까지 가격이 치솟으며 자금 부담이 덜한 빌라로 쏠리는 모양새다. 전세의 경우 임대차3법(전월세 신고제,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매물은 잠기고 가격은 올라 탈출전략이 필요한 임차인들이 발생하는 중이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적은 빌라를 고려하는 경우도 주목된다.

아파트 전세값으로 내집마련? 빌라, 이것만은 피해라

빌라는 확실히 가격 면에서 아파트보다 저렴하다. 아파트 전세값으로 같은 면적의의 빌라를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서울 지역 빌라의 3.3㎡ 당 평균 매매가격은 1545만원이다. 이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인 3660만원의 절반이 채 안 되고, 아파트 전세가격인 1894만원보다 저렴하다.

신축 빌라의 주거 환경도 아파트를 따라가는 중이다. 전문가들이 필수로 꼽는 엘리베이터를 포함해 택배사물함이나 무인경비 시스템, 복층과 테라스 등 특화설계도 등장하고 있다. 빌라는 관리와 생활면에서 불편하다는 평가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시도가 시행되면서 자신의 원하는 설계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화됐다. 

그렇다면 빌라, 지금 매수해도 좋을까. 전문가들은 빌라는 아파트보다 깐깐한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빌라는 노후화가 비교적 빠르고 대체 상품이 많아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 나중에 매도할 때를 생각하면 조건을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  

매수하기 좋은 곳으론 역세권이나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의 5년 이하 신축이 꼽힌다. 빌라는 신축 빌라와 아파트 등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어 입지가 중요하다. 양천구에서도 학군이 있는 목동이나, 강서구 화곡동과 같이 가까운 곳에 업무지구가 있지만 아파트 공급은 부족한 경우라면 수요가 뒷받침된다.

빌라 매입의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시세 파악이다. 아파트와 달리 매물이 다양한 빌라는 시세를 접하기 어렵고 허위 매물 위험도 있다. 먼저 부동산 정보 플랫폼인 네이버 부동산과 직방·다방 등을 통해 먼저 시세를 이중삼중으로 확인한 다음, 전문 상담사를 찾거나 지역 중개업자들을 만나 발품을 파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이다. 

저렴한 매물이 나와도 급매는 조심해야 한다. 불법개조 또는 확장된 건물일 수 있다. 발코니를 불법 확장했거나 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벌금을 물게 된다. 이를 알고 일부러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겠지만 모르고 샀다면 낭패다. 등기부등등본과 건축물대장을 모두 확인해 주거시설인지 위반사항은 없는지 확인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내집마련을 위해 신중하고 싶다면, 전세로 미리 살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는 신축 빌라는 중소규모 시공사가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데 1~2년 거주하면 이는 자연히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하자를 피하려면 분양된 지 1년이 지난 매물을 살펴보는 것도 요령이다. 

다만 전세를 살 때도 불법 건물은 피해야 한다. 민원이 들어오면 퇴거 등 행정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또한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은 갭투자 매물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전세가 매매를 추월하는 일명 ‘깡통 전세’로 인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미니 재건축’ 전성기, 노후 빌라 주목

신축 빌라가 실거주 위주로 수요가 많다면 노후 빌라는 또다른 틈새시장이다.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 등 '미니 재건축'이 각광을 받으면서다. 하반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이하 분상제)가 시행되면서, 정비사업 전반의 수익성이 줄었다. 미니 재건축도 이는 마찬가지이지만, 사업기간이 짧고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빌라로 가능한 미니 재건축은 규모가 작은 대신 사업 절차가 간소하다. 안전진단과 정비구역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등의 과정이 생략된다. 짧게는 사업 기간이 2~3년 걸리기도 한다. 일반 정비사업은 착공까진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된다. 일례로 강남의 대표 재단지인 은마아파트는 4번의 시도 끝에 2010년 사업의 첫관문인 안전진단을 겨우 넘은 상태다.

정부의 활성화 사업으로 규제도 피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공공이 사업에 참여하고 공공임대를 10% 이상 공급하면 분상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투기과열지구 내 양도금지 조항에서도 빠진다. 또한 일반 정비사업 물량은 분양 이후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신청이 5년 동안 제한되지만 소규모재건축은 예외다.  

최근에는 유명 주거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건설사들의 관심도 커졌다. GS건설은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를 다각화해 지난 2018년 미니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과 호반건설도 올해 각각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 11-2구역과 장위 15-1구역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지난해엔 쌍용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시공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노후 빌라 탈바꿈을 노린다면, 대지지분을 챙겨야 한다. 대지지분은 공동주택의 대지면적을 가구 수로 나눈 것을 뜻한다. 같은 면적이라도 가구 수가 적다면 지분이 높다. 재건축은 땅을 개발해 분양하고 이익을 보는 구조라서, 지분의 영향이 크다. 다만 미니 재건축이라고 해도 중요 관문인 사업시행인가까지 변수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는 전했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빌라 재건축은 충분히 사업성이 있고, 최근 주택공급 계획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도 “정비사업은 소규모라 해도 조합설립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시간이 걸린다. 중간에 조합이 엎어지거나 한다면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고, 자금이 묶이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