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 캐롯손해보험의 사무실은 휴게실을 연상시킨다. 안마의자, 부스형 소파는 물론 스탠딩 바부터 라운지까지 겸비한 사무실은 트렌디한 카페 혹은 펍(Pub)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 곳에선 수염을 기르거나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직원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무실 입구에 비치 된 니치향수와 사내 전광판에 나오는 스타일링 가이드는 편집샵을 떠올리게 한다.

#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 가입 고객들에겐 딱딱한 보험 약관 대신 세련된 작은 박스가 배달된다. 이 박스 안에는 주행기록을 측정할 수 있는 자그마한 ‘캐롯 플러그가’ 담겨져 있다. 다양한 분야의 경력자들로 이뤄진 캐롯손보 직원들은 상품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고객에게 감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캐롯손보는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공간이 행동을 지배한다.”

김재환 캐롯손보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장(상무)은 보수적인 금융권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보험사에 이 같은 ‘감성’을 불어 넣은 주역 중 한 명이다. 삼성화재 인사팀을 시작으로 현대카드 브랜드 실장, 에스티유니타스 부대표 등을 거친 김 본부장은 캐롯손보에서 새로운 출발을 함께하면서 이른바 ‘캐롯’만의 정체성 만들기에 주력했다.

‘캐롯’만의 정체성 확립

업계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는 한화그룹 계열사이면서 SKT,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한 회사다. 캐롯손보의 구성원들 역시 SKT, 카카오 등 IT기업은 물론 다른 보험사에서 이직한 직원들이 많다. 이처럼 캐롯손보는 다양한 영향력들이 함께하는 회사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김 본부장의 생각이었다.

▲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 본부장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남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우리만의 문화와 감성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공간이다. 공간은 한번 만들면 바꾸기가 어렵다. 지난 오피스는 굉장히 열악했다. 이렇게 공간을 꾸리고 나니 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채용도 더 쉬워졌다”고 말했다.

캐롯손보에는 단순히 회의공간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교류하는 적합한 공간들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라이브러리에는 금융 관련 도서가 아닌 여행, 디자인, 브랜드, 베스트셀러, 건축 등 업계를 리딩하는 다양한 인사이트가 담긴 도서가 마련돼 있다.

구성원들 간에는 직급이나 ‘-님’을 붙이지 않는 개인 영어 닉네임을 사용한다. 대표한테도 직접 익명으로 언제든 불만 사항이나 개선 사항을 타운홀 미팅이나 온라인 페이지로 제안할 수 있다.

그는 “문화를 정의하는 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기존에 조금 더 보수적이고 정형화된 보험사 문화보다는 좀 더 진취적으로 가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아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어떤 게 우리 문화라고 정의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기존 보험사들이 ‘우리 이렇게 바꿨어요’하는 정도의 수준은 이미 기본으로 깔고 들어간다. 어떻게 하면 더 단순히 스타트업 문화를 따라갈 것이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로서 필요한 문화는 더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날로그 영업도 결국 ‘감성’”

캐롯손보의 ‘감성’은 사무실 인테리어나 기업문화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상품개발부터 고객서비스까지 실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감성이 중요시 된다.

가령 보상 개선 프로젝트의 경우 일반적인 보험사들이 비용절감이나 보상단계 개선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캐롯에서는 이 부분에 고객관점의 시각을 중요하게 접목한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작은 포인트에서도 캐롯만의 브랜드를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같이 고민해나간다는 것이다.

실제 운영되고 있는 고객 관점의 자동차 보상 개선 TFT인 ‘C-TFT’의 경우 브랜드, CS, 자동차보험, 커뮤니케이션 등 유관부서의 실무자들로 구성돼 다양한 상황별 시뮬레이션과 새로운 접근방법의 개선방안을 결과물로 도출하고 있다.

▲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김 본부장은 “캐롯손보가 다른 보험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디지털과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금융사들이 디지털을 지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특히, 보험사는 대면채널을 중심으로 한 아날로그 위주의 영업 비중이 크다”며 “기존 보험사들의 아날로그 영업 방식이 먹혔던 것은 어떻게 보면 감성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설계사들이 영업을 위해 고객과의 접점을 취하면서 끈을 이어왔기에 아날로그 방식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캐롯손보가 디지털 손보사라고 할지라도 무작정 디지털만 믿고 드라이하게 전략을 짜면 결국 고객들의 공감을 끌어올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디지털이지만 고객과의 소통은 최대한 감성을 담아야 한다. 고객들이 캐롯손보를 떠올렸을 때 설계사가 없더라도 도움이 되고 케어해줄 것 같은 회사를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게임 체인저로 거듭 날 것”

김 본부장은 캐롯손보가 업계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새로운 보험시장의 영역에 대한 해법들을 캐롯손보가 제시해줄 것이란 포부를 내비쳤다.

김 본부장은 “일각에서 캐롯손보를 지칭하는 수식어들을 보면 좋기도 하면서 부담도 크다. 최초 디지털 손보사라는 점에선 자부심이 확실히 있다. 물론 온라인 전용 보험사들도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보험사는 단순 온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상품과 고객 경험까지 모두 디지털화를 시키는 곳이다. 캐롯손보는 새로운 디지털 보험의 영역을 만드는 첫 번째 회사로서 스스로 더 책임감 있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필요한 보장만 받을 수 있도록 담보가 세분화해서 나오면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도 적어질 것이다. 캐롯손보가 차별화된 상품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험업계의 기존 롤을 바꿀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도록 돕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밝혔다.

▲ 김재환 캐롯손해보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