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대책)’은 주택시장에서 소외됐던 3040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특히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과 지분적립형 주택 등 새로운 공급 모델도 제시됐다.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한 실질적인 공급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이다.

8·4 대책에서 소개된 주요 공급 경로는 크게 세 가지다. 지난 5·6 대책에서 예정된 7만호와 당초 계획된 공공분양물량 사전청약 확대를 통한 6만호 공급, 그리고 8·4 대책에서 추가적으로 마련한 공급 대책의 13만2000호다. 이 중 올해 새롭게 수립된 공급대책인 공공재건축과 공공재개발로 7만호에 가까운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독 든 성배 ‘공공재건축’… 공급까지 첩첩산중

시장의 관심이 주로 쏠린 곳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이다. 향후 5만호에 가까운 물량을 공공재건축을 통해 조달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공공재건축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의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재건축이다.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을 기존 세대수 보다 2배 이상 공급하고, 대신 상향된 용적률의 50~70%를 임대주택 형식으로 환수한다.

정부는 대상 재건축 사업장(사업시행인가 이전)의 20%가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높은 기부채납 비율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전체 소유자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사업이 진행되는 사업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조합이 선호하는 인센티브나 기부채납 형식은 거의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부정적인 전망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에 따르면 다수 재건축 조합은 임대주택 기부채납 대신 현금 기부채납을 선호해왔다. 인센티브 면에서도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상한제 배제나 초과이익환수 등의 규제 완화는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고밀로 인한 주거환경 저하와 토지지분 감소, 임대주택 확대 등으로 기존 방식 대비 준공 후 주택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건산연은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고 추가 분담금 납부 능력이 높은 강남권 등 ‘수요자 선호지역’의 사업장은 공공 재건축 사업의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재건축이 어려워 리모델링을 고려하거나 주거 비선호 지역의 중층 고밀 단지의 경우 공공재건축에 비교적 우호적일 수 있다. 건산연은 “사업성 부족, 높은 추가 분담금 등으로 인해 민간 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추진이 어려웠던 지역에서 공공재건축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다만 건산연은 “재건축 조합의 특성상 사업 진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만큼 정부의 목표치인 5년 내 주택공급으로 이어지는 단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실현 가능 높은 공공재개발, “5·6 대책 이후 들썩”

공공재개발 사업은 지난 5·6대책에서 공공재건축에 앞서 먼저 도입된 방식이다. 공공재건축과 마찬가지로 공공시행자인 SH, LH 등이 주도해 재개발사업과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오는 2023년까지 총 2만여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재개발을 바라보는 시장의 공기는 공공재건축과는 다소 다르다. 공공재건축에 비해 다양한 인센티브가 존재하는 데다 공공 기여 등의 이익환수는 기존 방식보다 크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건산연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에는 분담금과 중도금 부담 경감, 이주비 지원, 분양가상한제 제외, 도시·건축규제 완화, 신속한 사업추진 등의 인센티브 지원 방안이 마련돼 있다.

실제 서울시가 SH와 LH에 확인한 결과, 지난 10일 기준 15곳 이상의 사업장이 공공재개발 참여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향후 주민 관심도가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13일부터 지속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후보지는 이르면 9월 공모를 통해 연내에 선정한다.

공공재개발 대상 지역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장기간 재개발 사업이 지연된 성북구 내 성북1·2구역과 장위12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의 한 중개업자는 “사업지 내 빌라의 호가가 5·6 대책 이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주민들의 추진 열기도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30·40세대, ‘지분적립형 주택’ 유리

공공재건축 등을 통해 기부채납 받은 주택은 크게 두 가지로 형태로 공급된다. 우선 장기 ‘공공임대’의 형태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 방식이다. 다만 전체 공급량의 50%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 등 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된다. 공공분양 등 이른바 자가 마련을 위한 공급량은 더욱 희소할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가 공공분양에서 눈 여겨 봐야 할 방식은 지분적립형 주택이다. 분양 초기에 분양가 일부만 내고 일정 지분만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미 이명박 정부 때도 유사 방식이 도입된 적은 있다.

향후 지분매입규모를 늘려 20~30년에 걸쳐 임대료를 납입하고 전체 지분을 매입하는 형태다. 기존 분양과 달리 모두 추첨제로, 청약조건이 완화돼 30·40세대에 보다 유리하다. 분양가의 20~40%를 부담하면 입주가 가능하다. 분양가가 9억원 이하인 경우 나머지 80~60%의 분양가는 20~30년간 분할 납부하면 된다. 9억원 이상이면 30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거주기간 동안 임대료는 납부해야 한다. 나머지 분양가 납입을 통해 주택 지분이 많아질수록 임대료는 줄어든다.

전매제한 기간은 국토교통부 예시에 의하면 최장 20년이지만 서울시는 현재 10년 정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매 제한이 끝나 바로 매도를 하더라도 지분 정도에 따라 차익을 공사 등과 배분하기 때문에 장기간 소유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공공분양의 구체적 공급방식은 지역별 수요·여건 등에 따라 지자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할 방침이지만, 지분적립형 분양이 공공분양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입주자 선정 요건을 위한 소득 기준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50% 이내면 된다. 올해 1분기 기준 통계청을 보면 대략 월 가구 소득이 800만원 이내여야 한다. 부동산 자산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원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신청 가능하며 전원 추첨을 통해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자 선정 비중은 신혼부부가 40%, 생애 최초 주택구입의 경우 30% 등 특별공급 70%와 일반공급 30%로 배분된다. 오는 2028년까지 전체 1만7000여호가 공급될 전망이다.

‘사전청약 확대’ ‘공공참여 미니 재건축’도 관심 가져야

공공분양에 대한 사전청약 물량도 대폭 늘어난다. 공공택지에 대한 사전청약의 경우 분양가가 주변 주택보다 많게는 30~40% 저렴해 미리 청약 시기 등과 장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이번 8·4 대책을 통해 기존에 계획된 수도권 30만호 등 총 77만호의 공공분양 중 사전청약 물량을 당초 9000호에서 6만호까지 대폭 늘린다. 청약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구축되는 내년 3분기부터 사전청약을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3만호를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하고 2022년에도 추가로 3만호를 공급한다.

주로 최근 LH가 토지 보상 계획에 착수하거나 할 예정인 남양주 왕숙지구나 하남시 교산지구 등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사전청약이 진행될 계획이다.

지난 12·16 대책과 5·6 대책 등에서 예고된 소규모 정비사업도 주택 정비사업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5·6대책에서 소규모 정비사업을 통해 추가적으로 2만여호를 공급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LH 공사 등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지원의사를 적극 밝히고 있다. 해당 사업은 기존의 가로, 즉 도로를 유지하면서 가로구역 내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정비사업이다. 사업대상 지역은 도로로 둘러싸인 면적 1만㎡ 이하의 가로구역이다. 공동 주택의 경우 주택 수가 20세대, 노후 불량 건물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공공성 요건 충족 시 최대 2만㎡ 미만까지 확대 가능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등 일반 정비사업에서 요구되는 절차가 없어 소규모 정비사업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LH가 참여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경우 더욱 많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연이율 1.2%에서 사업비의 90%까지 융자 등이 지원된다. 이외에 용적률 완화와 이주대책 지원, 시공업체 선정 등의 기타 혜택이 존재해 향후 이런 ‘미니 재건축’의 공급과 수요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8·4 대책으로 늘어나는 공급물량 중 50% 이상을 생애최초 구입자·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7·10 대책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 소득기준 완화 등 제도개선을 적극 적용해 청약 고가점자와 특별공급자격에 해당되는 무주택자들은 분양시장을 통한 내 집 마련이 현명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