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것인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 지음, 우진하 옮김, 부키 펴냄.

부탁 하는 일에 뻔뻔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명함을 교환했을 뿐인데도 수십년 지인이라도 된 듯 서슴없다. 받을 빚이라도 있는 것처럼 당당하다. 상대방 입장은 헤아리지 않는다.

반면, 부탁하는 것에 고통까지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 자신이 무능력하거나 뻔뻔하게 보일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드물지만, 부탁을 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부탁을 받으면 마치 내 일처럼 돕고 싶어질 정도다.

저자는 신경과학과 사회심리학을 동원하여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의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책에는 ‘부탁의 달인’으로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이 등장한다.

그가 펜실베니아주 의회 서기직을 맡았을 때 한 의원이 그의 재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프랭클린은 재임명된 후 그 의원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그 의원의 희귀 소장본을 빌려 달라고 부탁했다. 사소한 부탁인 만큼 그 의원은 책을 빌려주었다. 프랭클린은 일주일 후 책을 돌려주면서 진심어린 감사의 편지를 동봉했다. 편지에 감동한 그 의원은 언제든 기꺼이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둘은 평생 각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라고도 불리는 이 사례에는 세 가지 요소가 담겨 있다. 먼저, ‘발부터 들이밀기(Foot-in-the door)’ 전략이다. 일단 문턱에 한 발을 걸쳐 놓으면 이어서 몸통이 들어가기가 용이하다. 사이가 나쁜 상대방과 관계개선을 하려면 상대방이 거절하지 못할 정도로 사소한 부탁부터 하는 게 효과적이다.

두번째는 ‘인지 부조화’ 현상이다. 작은 부탁이라도 들어주는 순간 상대방은 ‘인지부조화’ 현상에 빠진다. ‘좋은 사람’인 자신이 ‘나쁜 사람’을 도운 꼴이 되었으니 심적 갈등과 혼란이 생긴다. 프랭클린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몸통(진짜 목적)을 들이밀었다. 잘 지내자는 취지의 감사편지를 보낸 것이다. 그 의원은 편지를 읽고는 프랭클린이 ‘좋은 사람’일 지도 모른다며 스스로 인지부조화 문제를 해소했다.

세 번째 요소는 사람들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보다, 자신이 도와준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도울 기회(책 대여)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지지자로 만들었다.

통념상으로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 대해 더 좋은 인상을 갖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착각이다. 사실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받을 때 종종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자신이 비호감이 되거나 초라해 보일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자괴감에 빠져 도움 주는 사람을 속으로 원망하는 일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1994년 ‘산타클라라 밸리 역사협회’에서의 인터뷰에서 ‘도움 요청하기의 놀라운 힘(the remarkable power of asking for help)’에 대해 밝힌 적이 있다. 잡스는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야말로 꿈을 꾸기만 하는 사람과 꿈을 실현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도움을 ‘잘’ 얻어 내는 역량이야말로 최고의 성공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