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를 대표하는 IT 기업입니다. 다만 기본적인 비즈니스 방식은 다릅니다. 네이버는 중앙집중형의 포털을 매개로 발전하는 반면 카카오는 중앙집중형 시스템이지만 각 개인의 사용자 경험을 특화시킬 수 있는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하고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네이버의 비즈니스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카카오는 약간 신중해 보이기도 합니다. 중앙에서 강력한 힘의 동력을 바탕으로 강하게 추진되는 속도전과 느리지만 여러가지 상황을 분절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신중함.

 

비단 이런 분석이 아니더라도, 두 기업은 희한하게도 같은 사업을 하면서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줍니다. 

업계를 취재하는 입장에서 보면 간혹, 그럴리 없겠지만 '일부러 저러나?'는 생각도 합니다. 수해복구를 위한 성금을 내는 것도 네이버는 15억원의 거금을 기탁한 상황에서 카카오는 15억원에 +5억원을 더 얹더군요. 다릅니다. 달라요.

자, 등을 보...아니 사업을 보자
네이버는 강력한 중앙집중형 플랫폼을 중심에 두고 이용자들을 빨아들입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창출하며 기존 사업자와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네이버랩스, 네이버브이, 네이버파이낸셜 간담회에서 항상 나오는 말이 있어요. '네이버는 연결하는 기업'이라는 말. 외부 메시지를 전할 때 이렇게 말하라는 내규가 있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심지어 글로벌AI 벨트를 보세요. 연결하는 작업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반면 카카오는 자기들이 다 합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카카오 군단의 내밀함을 바짝 조이는 분위기입니다. 풀러스 인수 후 카풀 사업에 도전했으나 이를 최종 철회한 쓰라린 경험이 있어도 기존 방식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물론 다수의 자회사를 출범시키자 일각에서는 연합군 체제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말 그대로 비즈니스의 '시스템'일 뿐입니다. 큰 틀에서 각각의 비즈니스 '접근법'을 보면 카카오는 '본인이 다 해야 직속이 풀리는' 기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콘텐츠입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한 후 최근 SM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를 통해 강력한 콘텐츠와 제휴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카카오는 로엔 인수에 이어 카카오M을 통해 다양한 제작사를 인수하고 있습니다.

요즘 핫한 웹툰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웹툰은 업계 최초로 유료 콘텐츠 하루 거래액 30억 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며, 7월 글로벌 월간 순 방문자(MAU)도 6500만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비즈니스의 축을 미국에 두며 현지 시장을 공략하면서 연결의 방정식을 꺼내들었습니다.

특히 국내서 큰 호응을 얻었던 베스트도전을 북미에 이식한 장면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캔버스라는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 가운데, 이는 현지 시장에 대한 공략도 공격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지와의 느슨한 연대를 의미한다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재팬은 일본 현지에 픽코마 서비스를 직접 런칭했습니다. 

2016년 4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출시한 후 기하급수적으로 몸집을 불리더니 7월 기준 월간 매출에서 비게임 앱 매출 일본 1위, 글로벌 12위에 올랐으며 그 동력의 기저에는 한국형 비즈니스인 웹툰이 현지의 강렬한 반응을 끌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 출처=픽코마

픽코마는 한국형 비즈니스인 웹툰이 현지의 강렬한 반응을 끌어내는 한편 카카오 공동체의 카카오페이지로부터 양질의 K-story IP(지식 재산권)를 공급받았는데, 이는 카카오가 본인의 저력으로 승부를 내는 사례 중 하나로 보입니다. 물론 픽코마의 성공은 웹툰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카카오의 '내가한다' 정신은 여전하다는 뜻입니다.

핀테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꾸렸으나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하는 등 직접 시장 진출에는 미온적입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시되어 직접 움직이고 있으며 카카오페이는 증권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진격전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자세히 보면 카카오도 당연히 연대의 틀을 가지고 있으나 전반적인 흐름은 '내가한다' 정신입니다.

▲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출처=네이버

커머스 분야는 더 재미있습니다. 네이버는 역시나 연결의 방정식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셀러들에게 네이버스토어를 열어주어 기술적, 사업적 지원에 속도를 내면서 부족한 물류 사업은 CJ대한통운과 만나 풀필먼트에 도전합니다. 모든 방식이 연결 그 자체입니다.

카카오는 어떨까요.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 카카오IX가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IX의 일부 사업 부문을 분할해 카카오 및 카카오커머스에 각각 합병하는 방안을 의결한 가운데 브랜딩 전략과 커머스의 결합, 온오프라인 채널의 일원화, 그리고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는 전략이 눈길을 끕니다.

카카오의 커머스 전략은 단기적으로 캐릭터 사업 등으로 구축한 브랜딩 전략을 커머스에 내밀하게 이입시키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우선 카카오IX의 리테일 부문을 선물하기・쇼핑하기・메이커스 등 기존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커머스와 합병시키고 카카오IX가 가진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의 캐릭터 상품 개발 역량과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다는 방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커머스가 아니라, 캐릭터 IP를 덧댄 소위 '굿즈형 커머스'처럼 보입니다.

선물하기 보다 쇼핑하기를 전면에 세우며 대중에 익숙한 캐릭터 IP를 이입시키는 한편 국내 유망 기업과 협업해 상품을 기획부터 생산, 유통하는 D2C(Direct to Consumer) 모델을 추구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한다' 정신과도 부합합니다. 쉽게 말해 '카카오의 색'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 출처=카카오

재미있는 비즈니스의 세계
중앙집중형의 네이버는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며 연대를 추구하고, 개인의 사용자 경험에 특화된 카카오는 '내가한다' 정신으로 무장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네이버가 SM엔터테인먼트 투자에 나서며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글로벌 커뮤니티 멤버십 플랫폼 ‘Fanship(팬십)’ 운영비 및 온라인 공연 등 음악 관련 영상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다고 선언한 장면은, 네이버가 다소 느슨하고 추상적으로 보였던 YG엔터테인먼트 투자와 달리 SM엔터테인먼트에서는 '직접적인 콘텐츠를 가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방탄소년단(BTS)을 빼앗기고 위버스에 슬퍼진 네이버가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하겠다'는 약간의 용기를 냈습니다.

카카오도 SK텔레콤과 혈맹을 맺은 상태에서 콘텐츠 협력에 나설 때, 그 주도권을 완전히 쥐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두 기업 모두 상황에 따라 미세한 전략적 변화는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이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두 기업은 이상할정도로 방식이 상이합니다. 아무리 정체성이 다르다지만 동일한 영역에 진출하며 한 번 정도 동일한 전략을 추구할 법도 있는데, 비슷해 보이는 것은 있지만 동일한 전략은 사실상 없습니다. 차별성을 가진다는 것이고, 각자의 비전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각 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조직 문화에 답이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우선 네이버는 카카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진출이 일정부분 추진된 상태입니다. 국경없는 ICT 업계에서 글로벌 거인들과 직접적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글로벌 사업이든, 국내 사업이든 외부와의 연대를 통해 강력한 거인과 대항하려는 조직 문화가 발달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반면 카카오는 인도네시아...는 패스하고 일본 등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으나, 사실 글로벌 진출에 욕심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네이버와 비교해 그 존재감이 날카롭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사업에 진출하며 모빌리티 정국을 거치면서 이런저런 비판도 받았고(차라리 판을 내가 짠다) 여기에 (네이버도 마찬가지지만)선한 의지를 경영철학으로 삼았기에 느리지만 본인들이 직접 해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 정확한 이유야 어떻든, 국내 ICT 업계 입장에서 보면 이는 축복에 가깝습니다. 두 거인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충돌하고 화합하며 서로의 특화된 방식을 가동한다는 것.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당사자들은 죽느냐, 사느냐의 절박함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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