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유통업계가 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을 늘리며 미래 먹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확보된 자금력에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더하기 위해서다. 신규 기업 육성을 통해 자사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순환 구조도 마련됐다. 

▲ CJ그룹은 유망스타트업을 발굴하는 프로그램 '오벤터스(O!VentUs)'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은 3기 모집 포스터. 사진=CJ그룹

GS리테일, GS홈쇼핑, CJ오쇼핑, CJ올리브영 등 4개사는 스타트업들의 자립을 돕는 한편, 이들로부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냈다.

CJ올리브영은 2016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즐거운 동행'을 통해 70여개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 중 47개 브랜드를 CJ올리브영 매장에 입점시켰다. '아임프롬'을 비롯해 '마르시끄' '폭남' 등 인기 브랜드는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CJ오쇼핑 역시 오는 11월까지 자사 판매 채널에서 스타트업이 만든 상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판매 수수료 없는 무료방송 '1사1명품'을 비롯해 모바일 생방송 채널 '쇼크라이브', 인터넷 쇼핑몰 CJmall 등에서 판매한다.

▲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손잡고 유망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 '넥스트 푸디콘'을 시작했다. 사진=GS홈쇼핑

GS홈쇼핑은 현재까지 약 600여개의 벤처기업에 약 3600억원을 투자했다.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해 AI, 빅테이터, 마케팅, 온·오프라인 결합(O2O) 기업 등 투자 범위가 광범위 한 것이 특징이다.

성과는 상당하다. 밀키트(반조리 간편식) 제조사 '프레시지'를 비롯해 ▲반려동물용품 배달 기업 '펫프렌즈' ▲다이어트 코칭 벤처 '다노' 등이 시장 점율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그룹 계열사 GS리테일과 함께 '푸드 제조 스타트업' 발굴을 시작했다. '넥스트 푸디콘(부제:푸드계의 유니콘을 찾아서) 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행사를 통해 ▲가정간편식(HMR) ▲식사 대용 스낵 ▲메디푸드 ▲환경문제를 해결할 대안 식재료 발굴 스타트업을 선발할 예정이다. 

GS리테일은 이와 별도로 미국, 중국, 인도, 독일 기업 약 20개사에 직·간접 투자를 진행하며 사업적 시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한 유기농 스타트업 스라이브마켓을 통해 유기농와인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 사진=각 사

롯데 유통 부문의 스타트업 투자는 2016년 설립된 '롯데엑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O2O, 핀테크, 물류, 유통,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산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유통 부문에서는 최근 롯데마트가 진행한 '롯데마트 리테일 테크&서비스 스타트업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월 롯데엑셀러레이터의 도움으로 오픈한 온라인 꽃 도매 플랫폼 ‘꽃팜’은 오픈 1년만에 이용업체 1300곳, 연매출 12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는 최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털 시그나이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총 200억원 규모이며, 계열사별 투자금은 신세계인터내셔널(SI)이 100억원, 신세계백화점 60억원, 센트럴시티 40억원이다. 

지난해에는 이마트와 신세계아이앤씨가 인공지능(AI) 활용 무인매장 솔루션을 개발 스타트업 인터마인즈에 각각 5억원과 1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은 이커머스 등장, 물류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라며 "자본력은 있지만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을 통해 내부의 변화와 신 성장 동력을 찾는데 나서는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