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2008년 금융위기로 이미 큰 타격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1981년~1996년 출생)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다시 한번 경제적으로 뒤쳐지는 곤경에 처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획 보도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경제적 충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WSJ의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특히 올해 24~39세인 밀레니얼 세대에게 큰 치명타를 입혔다. 미 현지 언론 등은 밀레니얼을 '가장 불행한 세대', 가장 힘든 세대' 등으로 표현했다.

이어 밀레니얼 세대들은 앞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학자금 대출 등 갚아야 할 빚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기성세대처럼 부를 축적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재클린 히메네스(34)라는 여성은 2008년 경기침체 가운데 졸업 이후 취업에 연이어 실패하자 노드스트롬 백화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매니저로 승진해 경제적으로 여유를 찾아가고 있는 도중 코로나19가 발생했다. 노드스트롬이 지난 5월 히메네스가 근무하던 리버사이드 지점을 포함한 일부 지점을 영구적으로 폐쇄하자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게 된 수백만명의 밀레니얼 세대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히메네스는 "어딘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가도, 다시 또 절망 속에 빠지게 된다”며 “내 부모님이 누렸던 것들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돌아올까?"라는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 2~5월 약 480만명의 밀레니얼 세대 실업자가 발생했다.

지난 5월 싱크탱크 퓨리서치 센터는 밀레니얼 세대의 실업률을 12.5%로 집계했다. 이 수치는 X세대(1965~1980년 출생)와 베이비부머(1946~1964년 출생) 세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호텔, 음식 서비스 등 분야의 인력이 비교적 젊은층이 위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고학력’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이들은 원래 평범하다고 인식했던 취업, 경제적 독립, 자택 매입, 결혼, 출산, 양육 등이 근본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러한 사태가 계속 이어지자 경제적 불안감을 느낀 밀레니얼 세대들이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고,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WSJ에 따르면 밀레니얼을 선두로 미국은 지난 2018년 최저 혼인율을 기록했다. 이어 2019년, 일반출산율 또한 역대 가장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앞선 세대가 같은 나이였을 때와 비교했을 때 재산이 보다 적으며, 이중 4분의 1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

또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밀레니얼 세대 6명 가운데 1명은 400달러(약 48만원)의 긴급 비용 마련을 감당하기 버거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이코노미스트 케빈 린츠가 지난해 한 발표에 따르면 2007년 본격화 한 실업률 상승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2007~2017년 전체 소득에서 X세대와 베이비부머에 비해 큰 충격을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 또는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금전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이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노동부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제시 로드스타인은 "현 사태는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무엇인가가 잘못됐다는 신호”라며 “발판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