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출처=SK이노베이션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밀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새로운 배터리를 오는 2023년 상용화 한다. 해당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을 9대 0.5대 0.5로 설정해 'NCM 구반반'으로 불리며, 미국 포드에 납품될 예정이다.

10일 SK이노베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사의 NCM 구반반 배터리가 2023년 1분기 중 포드의 전기 트럭 'F-150'에 탑재된다. 

업계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키는 방법으로 니켈 비중 확대에 집중하고 있으나, 관건은 니켈 함유량과 반비례 하는 배터리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니켈이 많이 들어가면 배터리 출력은 높아지지만, 안정성을 유지하는 코발트의 함유량이 줄어들면서 폭발 위험이나 성능 저하 등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소재 분야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부터 조달 받는 분리막(LiBS)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의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분리막은 말 그대로 2차 전지의 음극재와 양극재가 섞이지 않게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양 극이 만나면 과열에 따라 화재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온이 양 극을 오가며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또한 유지돼야 배터리의 성능 또한 보장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에 따르면, SKIET은 분리막을 얇으면서도 탄탄하게 제조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얇은 두께로 이온의 이동성은 활성화 하되, 잘 찢어지지 않게 내구성을 높여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안정성을 잡으며 NCM 구반반은 니켈 함량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고가의 희토류인 코발트의 사용량을 낮췄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배터리 원가 절감 및 고용량화를 동시에 꾀해 수익성이 극대화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NCM 구반반 배터리 생산을 위해 국내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로부터 양극재를 공급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NCM 구반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 자동차의 최대 주행 거리가 700km에 이르고, 충전 시간 역시 큰 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배터리는 이미 지난해 개발이 완료됐으며, 고객사인 포드의 요청 시점만 기다리고 있다.

▲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 제1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2개의 배터리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제2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포드 F-150에 공급할 예정이다. 

'선수주 후증설' 전략에 따라 포드 전기 트럭 배터리 전용 생산 설비로 건설되고 있는 것이 조지아주 제2 공장이며, 해당 공장은 2023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달 착공, 11.7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조성된다. 이는 포드 전기 트럭 2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드의 F-150 시리즈는 지난 40여년 동안 현지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린 픽업 트럭으로, 지난해에는 90만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 D.C. 포함 15개 주(州)가 2050년까지 내연 기관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전면 교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포드 전기 트럭의 수요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수주 물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