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코로나 확산 여파에도 현재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러 위험 요소들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기업들은 구조조정 등 고용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실제로 고용을 줄이지 못하고 그로 인한 비용의 부담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구조조정 필요" 40.5%, 실제 구조조정 9.0%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최근 국내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 및 임금에 대한 기업인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에 참여한 기업 들 중 40.5%가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하고 업무량이 줄어 “고용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인원을 감축한 기업은 9.0%에 불과했다. 

많은 기업들은 근로시간 조정이나 휴업·휴직(18.6%) 등 임시조치로 고용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별다른 조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고용유지 부담을 기업이 모두 떠안은 경우도 12.9%나 됐다. 

▲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 관계자는 “일감이 줄어 회사 상황이 악화됐지만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기업들이 많았다”면서 “기업들도 상황이 좋아졌을 때 숙련인력이 부족하면 업무처리나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직원들도 회사 사정을 이해하기 때문에 일시휴업 등에 기꺼이 동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가능하면 현재의 고용인력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실제 고용지표로도 드러났다. 대한상의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실업률 4%(6월 기준 4.3%)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4%대 수준이었던 실업률이 코로나19가 본격화되자 4월부터 10%이상을 지속 중이다. 프랑스(8.1%), 이탈리아(7.8%) 역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 신규채용 위축 우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신규채용은 위축될 전망이다. 올해 채용 일정을 묻는 대한상의의 질문에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은 ‘신규채용을 포기(19.3%)’ 하거나 ‘채용일정을 미뤘다(31.2%)’고 답했다. 신규채용 규모를 묻는 질문에 기업들의 40.7%는 ‘당초 계획보다 축소했거나 축소를 고민 중’이라고 응답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각 기업들의 임금수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임금결정 진행상황’에 대해 질문에 응답기업의 55.5%는 ‘상반기에 마무리했다’고 응답해 예년에 비해 다소 늦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임금결정 진척율은 66.7%였다. 하반기의 경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응답은 24.3%였고, ‘일정이 지연되고 있거나 아직 정하지도 못했다’는 응답도 17.0%를 기록해 임금결정 과정에 어려움이 예상됐다. 

▲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하반기에 임금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 가운데 ‘임금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36.3%에 그쳤고 ‘동결 예정’이라는 응답이 54.8%로 과반수를 넘었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코로나19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기업들 위주로 임금협상이 진행돼 외견상 문제가 없어 보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하반기에는 임금협상을 미뤄둔 기업이 많고 코로나 2차 충격도 배제할 수 없어 임금결정을 둘러싼 산업현장의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일단 하반기에도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상황이 하반기에도 계속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62.8%의 기업이 ‘추가 고용조정 없이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인원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은 6.0%에 불과했다. 

▲ 출처= 대한상공회의소

"고용유지 한계 상황, 정부지원 필요"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가능하면 인력도 급여도 현재 수준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각 기업들의 의지만으로는 고용과 임금의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 내 유동성이 줄어 운영자금을 걱정하는 기업도 많은데다가 코로나19 2차 확산이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제약들이 있어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지난달 합의를 이룬 ‘노사정 협약사항’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협약에는 기업의 고용유지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지원기간 연장이나 지원요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전인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기업이 하반기에도 고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그간 추진해 온 정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고용유지 노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부도 고용유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정책으로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