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통신3사가 5G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격돌한다. 반년 이상 진행한 클라우드 게임 시범 서비스를 종료하고 서비스 정식 출시를 속속 예고하는 상황이다. 나아가 당초 자사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던 방식도 타사 고객 개방으로 확장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통신사에 유의미한 수익모델로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대표적인 5G 킬러 콘텐츠로 꼽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통신3사의 5G 클라우드 게임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SK텔레콤 홍보모델이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출처=SK텔레콤

SK텔레콤(017670)은 3사 중 가장 강력한 게임 사업자로 볼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았다. MS는 소니, 닌텐도와 함께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 톱3로 꼽히는 사업자며, 애저를 통해 아마존에 이은 글로벌 2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활동하는 중이다.

지난해 9월 일찍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엑스클라우드’는 오는 9월15일 정식 출시된다. SK텔레콤 외 타사 고객도 이용 가능하며 월 이용료 1만6700원인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을 구입하면 '마인크래프트 던전' '포르자 호라이즌4' ‘헤일로:마스터 치프 컬렉션’ 등을 포함한 100여종의 엑스박스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이미 MS가 판매하고 있는 PC-콘솔 구독형 상품에서 모바일-태블릿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추가되는 개념이다.

MS가 최초로 삼성전자 신작 갤럭시노트20에 엑스박스 게임을 지원하며, SK텔레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지원사격도 받게 됐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은 120헤르츠(Hz) 주사율, 6.9인치 대화면, 차세대 저전력 디스플레이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등 고스펙을 탑재하며 콘솔 게임 구동에 최적화됐다는 평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엑스클라우드는 11개월간의 긴 기간 동안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며 네트워크 안정화와 게임 타이틀 확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엑스클라우드의 경우 애플 앱스토어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이폰·아이패드 등 iOS기기에는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약점이 있다. SK브로드밴드 IPTV와의 연동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LG유플러스 지포스나우가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 출처=LG유플러스

LG유플러스(032640)는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국내에 들여왔다. 지난해 9월 일찌감치 베타 서비스를 시작, 올해 3월 국내 정식 출시된 지포스나우는 월 요금제 1만2900원에 ‘리그오브레전드’ ‘데스스트링’ ‘유로트럭 시뮬레이터2’ ‘마이트 앤 매직 히어로즈 6’ ‘무빙아웃’ 등 300여종의 게임을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플랫폼 확장 부문에서 타사 대비 강점을 갖췄다는 평가다. 지포스나우를 자사 IPTV에까지 연동하며 모바일-테블릿-PC-TV까지 이어지는 범용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엑스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아이폰·아이패드는 지원하지 않지만 맥(Mac)은 지원한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오는 24일부터 타 통신사 가입자 고객에 지포스나우 서비스를 개방한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국내 유력 게임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을 지포스나우에 들여오는 한편 대규모 이벤트를 열고 있다. 아울러 올해 연말까지는 LG유플러스 고객 대상으로 50% 할인한 6450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타사 서비스 출시 효과를 견제하고 있다.

▲ 스마트폰 미니조이스틱으로 KT 5G 스트리밍 게임을 즐기는 모습. 출처=갈무리

KT(030200)는 글로벌 유력 IT 기업의 서비스에 올라타지 않고 대만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업체 유비투스와 협력해 자체 플랫폼을 구축했다. KT의 ‘5G 스트리밍 게임’은 지난 3월부터 이달 7월까지 오픈베타 서비스를 진행했고, 이달 초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공개된 대표작으로는 ‘바이오쇼크: 인피니트’ ‘더킹오브파이터즈14’ ‘보더랜드2’ ‘NBA2K20’ ‘데드셀’ 등이 있다.

KT는 오는 12일 5G 스트리밍 게임의 구체적인 요금제를 비롯해 신규 타이틀과 플랫폼 확장 등을 밝힐 예정이다. KT 역시 타사 고객으로의 서비스 개방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자사 IPTV와의 연계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유비투스와 함께한 KT의 5G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는 MS, 엔비디아와 손잡은 타사 대비 인지도와 노하우가 떨어지는 약점을 가졌다. 그러나 KT는 자체 서비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KT관계자는 “5G 스트리밍 게임은 iOS를 지원해 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도 즐길 수 있다”면서 “또한 파트너사의 정책과 요금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에서 사업자별 경쟁 관계에서 벗어나)다양한 게임을 수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흥행 참패했던 클라우드 게임, 이번엔?

통신사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내놓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2년에서 2014년 사이 IPTV와 연계해 내놓은 통신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들은 모두 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번엔 ‘저지연’ 5G를 필두로 재도전에 나선다. 실제로 베타 테스트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을 즐겨본 유저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전역에서 아직 자리 잡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구글이 야심 차게 내놓은 스테디아도 시들한 반응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클라우드 게임은 ‘모바일로 즐기는 콘솔 게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매출 기준 국내 콘솔 시장 점유율이 4%를 밑도는 점도 한계다.

그 연장선에서 통신사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유의미한 수익 모델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통신사들이 5G 킬러 콘텐츠 가뭄에 시달리는 가운데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추후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