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머니_체리, 90×90㎝ Oil on canvas, 2020

작가는 사과와 포도, 체리와 딸기 같은 과일을 그린다. 장미와 국화 그리고 서양란 같은 알만한 꽃을 그린다. 전작에서 보면 유리병과 인형, 장난감과 책, 그리고 색색의 잉크가 들어있는 잉크병과 같은 각종 생활 오브제도 그렸다. 하나같이 소재의 실체가 손에 잡힐 듯 오롯한 것이 소재주의로 볼 만한 회화적 경향성이 엿보인다.

▲ 주머니_청사과, 130×89㎝ Oil on canvas, 2020

이처럼 작가의 그림에서 소재는 외관상 소재주의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특정 소재에 구애받지 않아도 될 만큼, 사실상 어떤 소재여도 무방할 만큼 어느 정도 혹은 상당할 정도로 임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적어도 소재에 관한 한, 혹은 소재를 재현하는 능력에 관한 한 작가에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 주머니_아네모네, 145×89㎝ Oil on canvas, 2020

특이한 것은 하나같이 이 자연물과 오브제들을 그 속이 훤히 비쳐 보이는 투명한 비닐 소재에 담아낸 것이다. 작가는 제목을 하나같이 주머니라고 부르는데, 아마도 그림에서 보이는 정황 그대로일 것이다. 그리고 때로 사물 대상을 싼 비닐 소재, 작가의 말대로라면 주머니를 노끈이나 매듭으로 묶는다.

▲ 전시전경 <통인화랑제공>

그래서일까. 혹자는 작가의 그림을 선물이라고 명명하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보인다. 꽃집에서 내주는 꽃다발이나, 선물 가게에서 볼 법한 포장된 선물 그대로다. 실제로도 작가의 작업에서 선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다. 정물화의 세 층위 중, 자연을 곁에 두고 보고 즐기고 싶은 욕망과도, 그렇게 감각적 쾌감을 즐기고 향유하는 경우에도 부합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작가(閔慶淑,민경숙 작가,화가 민경숙)는 자연을 소재로 한 자신의 그림을 매개로 다름 아닌 그 욕망, 그 향유를 선물한다는 의미를 담았을 것이다.

△글=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가

△전시=통인화랑(TONG-IN Gallery Seoul), 7월8~8월23일 202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