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지난 5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기업의 회복 탄력성’이라는 칼럼의 제목에서, ‘포스트’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던 이유는, 곧 종식 될 수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이후를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칼럼을 쓰게 되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계절이 바뀌고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곁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지금 이 상황에서 코로나 ‘이후(以後)’를 대비한다는 설정 자체도 사치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의 한 가운데에 있고 이 코로나19 사태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고 이 시국을 헤쳐 나아갈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전략가 오마에 겐이치는 “더 이상 기업들이 전략을 세울 때 기존 프레임워크나 가치사슬(value chain)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런 방법은 위험하다. 전략은 프레임워크나 가치사슬이 아니다”라며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였다.

오마에가 이렇게 이야기 하게 된 배경을 찾고자 한다면 그 답은 글로벌 기업의 CEO들로부터 찾을 수 있다. 세계적인 정유기업인 쉘(Shell)의 CEO, 벤 반 뷰어든 (Ben van Beurden)은 “현재 어려운 점은 미래가 어디로 갈지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일선의 경영진들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대비한 전략을 세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다소 헛된 일일 수도 있다라고 해석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코로나19사태가 부른 현 상황은, 경영진이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리기에는 미래가 불확실하고, 아울러 정확한 전략을 세우기에는 미래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접근법으로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오마에 겐이치는 이제 기업들은 전략을 세울 때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하고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소비자 관점에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오마에의 이런 발언이 다소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그동안 추진해 왔던 경영전략은 소비자 관점에서라기보다는, 전략 설정을 쉽게 하기 위한 기업가와 경영자들의 관점에 맞춰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업인 IBM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CEO중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찾을 때 4분의 3 정도의 CEO가 소비자에게서가 아닌, 자체적인 자사 내부의 정보를 통해서 전략을 도출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어쩌면 경영전략의 뿌리, 경영전략의 전제조건부터 짚어 본다면 이해하기가 더 쉬울 수 있다. 경영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의 CEO나 임원들은, 전략 설정 시에 가장 먼저 점검하는 포인트, 즉 분석의 단위가 ‘경쟁사’다. 심지어는 경쟁사, 잠재적 경쟁사인 신생기업들을 시장 파괴의 주범이라고 본다.

한 예로, PC산업의 대다수의 기업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와도 같은 모바일기기의 태동으로 인하여 기존의 시장이  파괴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면밀히 분석해 본다면, 한 산업의 파괴의 주범은 경쟁사가 아닌 ‘고객’이다. 고객의 니즈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고 이러한 니즈에 발맞추어 전략을 설정하는 것은 기업이다. 즉, 기업은 전략을 설정할 때, 경쟁사나 신생기업을 분석하기 이전에 고객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경쟁사들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여야 한다.

필자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경영전략 수업에서도, 가장 첫 시간에 언급하던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유명한 병법(兵法)에도 새로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겉으로는 고객중심 기업이라며 허울 좋은 구호를 외치고 있었지만 막상 경영전략의 이면에는 고객이 많이 없었던 것이다.

단적으로, 경영전략 분야의 구루(Guru)라고 불리우는 마이클 포터 교수의 ‘산업구조분석모형(Five forces)’ 모델을 보면, 산업을 형성하는 다섯가지의 힘 중에서 고객과 관련된 힘은 단 하나, ‘고객의 협상력’만 있을 뿐, 나머지는 ‘산업의 경쟁관계’, ‘신규진입의 위협’, ‘대체재의 위협’, ‘공급자의 협상력’으로 대부분 여러 유형의 경쟁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게임이론 모델에서도 전략은 경쟁사와 다투는 게임과도 같은 것이며 고객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트로피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

어쩌면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경영자들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전략을 짜보라고 주문한다는 것은 감당하기 벅찬 일일 수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 각광을 받았던 ‘공유경제’ 이론은 코로나19와 함께 천덕꾸러기 전략으로 전락(轉落)했다. 공유경제의 대표격인 미국의 우버社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올해 연간 매출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으며, 공유에 대한 거부감 확산으로 에어비앤비의 경우도 올 상반기 손실액이 1조원이 넘게 되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 하버드 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에 의해 만들어진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지난 10여년 간 전세계의 많은 경영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많은 스타트업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 어떤 훌륭한 경영전략과 프레임워크도 10년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 19를 통해서 목도(目睹)하였다.

즉, 코로나19 시대에는, 경영전략에게 먼 미래에 대한 확실한 예측을 내놓으라고 주문하지 않는다. 경영진에게 미래를 살펴보고, 시업의 목표를 설정하고 전략을 도출해야 하는 장기적인 계획 방식은 이제 효과가 없다. 경영진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우리가 마주쳐야 할 미래가 너무 불확실하다. 어쩌면 전략적 계획을 설정하기에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정보마저도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 험난한 코로나 시대의 대안은 무엇일까? 어쩌면 단순한 답변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 기업의 주변에 있는 ‘안전자산’을 돌아보는 것이다. 바로 그 안전자산은 ‘고객’이다. 고객은 누구보다도 변화의 필요성을 제일 먼저 체감하고, 그에 따르는 새로운 소비자 행동을 만들어 내며, 진화하는 욕구와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을 따라간다. 만약 기업이 이러한 고객 주도적 변화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먼 미래를 예측해야만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심지어는 어느 순간 변화된 미래를 마주치게 되며 바로 준비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기업의 임원들은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경쟁자를 앞서나갈 수 있을지 생각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샤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시대, 경영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간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