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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건] ‘전공의 파업’으로 본 전문직 인력수급의 경제학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포함한 모든 전공의의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전국 전공의들이 7일 하루 전국적 규모의 파업을 선언한 셈이다. 물론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맡았던 업무는 교수, 임상강사 등의 인력이 대체하기로 해 진료에는 큰 차질을 빚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이번에 파업을 결정하게 된 계기는 정부가 발표한 ‘의대정원 확대방안’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의사가 부족한 지방 의료기관, 특수 전문분야, 의과학 분야에서 활동할 의사 수급을 위해 의대 정원을 향후 10년간 한시적으로 매년 400명씩 늘려 총 4,000명을 추가적으로 양성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에 의협은 ‘지역, 전공, 병··의원 유형마다 의사 인력이 불균형하게 배치되어 있는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단순히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안을 반박하고 나섰고, 급기야 전공의들의 파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사실 전문가 인력을 얼마만큼, 그리고 어떻게 수급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법조계에서는 이미 한 차례 논의된 바 있는 주제다. 법조계는 지난 2009년 법조인이 서울 명문대 출신자들을 중심으로 배출되어 지방에서 활동하는 법조인 숫자가 적어 발생하는 도농 격차 문제, 법학 전공자들이 법조인의 대다수를 차지해 법조인의 국제적인 감각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이 같은 제도 도입이 소위 무변촌 문제를 해결할 것이고, 국제적인 감각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새로운 법조인을 양성해 낼 것이라 공언하였다. 그러나 이후 지방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자마자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역을 떠나 대거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개업을 하여 변호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만 부추겼다. 비록 마을 변호사제도, 법률구조공단이 그들이 떠난 빈자리를 메우고는 있으나, 도농 간의 법률서비스 격차는 지금도 여전하다. 당초 로스쿨이 약속한 특성화 교육 역시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폐강이 이어지고 있고,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 역시 전공분야보다는 법률시장에서 돈이 되는 분야에 쏠리는 등 도입 10년차를 넘어서고 있는 로스쿨 제도는 본래의 도입 취지는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제도적 폐단만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6일 오후 김강립(왼쪽) 보건복지부 차관과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이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 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방안’도 로스쿨 제도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전문직의 숫자를 늘려 전문직 인력배치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는 것인데, 로스쿨 제도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정부의 접근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지방 의대 정원 확대로 지방 의료진을 확충하겠다는 발상은 지방 로스쿨 정원 확대를 통해 지방 변호사 숫자를 늘리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이 경우도 지방 의대 출신 의사들은 졸업 후 더 넓은 시장을 찾아 수도권에서 개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증원되는 지방 의대 출신 의사들의 경우 10년 간 해당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의무화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헌의 소지가 높을뿐더러 의무 근무 기간을 채운 이후에는 결국 지방을 떠날 것이므로 지방 의료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증원된 의료 인력들로 하여금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의료분야에 근무하도록 한다는 발상 역시 특성화 교육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 될 수 있는데, 이 또한 현실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특성화 교육을 표방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해당 로스쿨의 전공과 전혀 무관하게 법률시장에서 돈을 되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처럼 의대에서 필수 의료분야를 공부한 의사들 역시 결국에는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과목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좋으나, 이를 뒷받침할 정책이 적절하지 못하면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만 가중시킬 뿐이다. 의료인을 생명을 살리는 고매한 성직자가 아닌 경제적 이익을 좇는 평범한 직업인으로 생각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린다. 지방에서 개업한 의료인에게는 지방의 격오 정도에 따라 지방 근무에 따른 추가 의료수가를 지급하고,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의료인들이 힘들어 기피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의료 과목 의료인에게도 난이도에 따라 추가 의료수가를 지급하면 시장에서의 쏠림 현상은 완화되고 의료소비자들은 지역, 과목에 관계없이 어느 정도 균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이나 양조장,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가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좇았기 때문”이라던 아담 스미스의 명언을 되새길 때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20.08.07  13: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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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ㅇㄹㅇㄹ
음.. 변호사들 지방 많이 내려갔습니다..
(2020-09-04 11:30:27)
이기사
정부가 보았음 하네요. 좀 배운 사람들이 정부에 있었음 합니다. 그냥 디테일도없이 여론몰이만 하고 수로 늘림 되지 않냐는 식의 구시대적인 생각을 가진 늙은 사람들 말고요
(2020-08-07 14: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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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회원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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