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넘은 가운데, 하반기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공=KB국민은행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올해 상반기 한국 주식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 신규 상장(IPO)주 열풍 등 3가지 큰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와 밸류에이션 부담에도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올 상반기 신규 상장주 흥행의 시발점은 32조라는 역대급 증거금을 기록한 SK바이오팜이다. 실제 SK바이오팜의 주가는 7월 2일 첫 거래일부터 급등해 한때 26만원선까지 상승한 이후, 현재 조정을 받아 18만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 열풍의 원인은 먼저 저금리 환경이 만든 풍부한 시중 유동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낮춘 이후,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0%대에 진입했다. 이자 소득세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효 금리는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시중 유동성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더불어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으로 인해 부동 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고객 예탁금은 지난 8월 4일 기준 50조원 수준을 기록했다.

▲ 지속된 저금리 기조 가운데 시중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금융투자협회, 삼성증권

더불어 기술성장기업 상장요건 완화에 따른 성장주 중심 신규 상장이 늘고 있다. 기술평가 특례상장은 2005년 도입된 이후, 상장심사 기준이 수익성 중심에서 시장평가와 성장성 중심으로 전환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플랫폼·IT소재부품 등의 업종에서 상반기 IPO 수요가 하반기로 몰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하반기 대형 IPO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개인이 상장 예정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는 여러모로 어렵다. 상장 예정 기업은 지분구조 상 해당 주식을 살 수 없거나, 거래가 가능하더라도 장외 거래 리스크가 큰 편이다. 또 상장 이후에도 흥행이 예상되는 기업은 개인에 배정되는 물량이 제한적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신규 상장주에 투자하는 가장 현실적 방법 중 하나는 해당 종목의 지분을 일정 수준 보유하고 있는 모회사에 대한 투자다. 실제 SK바이오팜 지분 100%를 소유한 모회사 SK는 지난 4월부터 SK바이오팜 상장 기대감으로 급등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향후 자회사 신규 상장으로 상승 모멘텀이 기대되는 종목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LiBS) 소재 자회사 SK IET는 최근 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상장 시기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배터리 분리막 생산능력과 기술력에 있어 글로벌 최상위(Top-tier) 수준이다.

SK IET는 2019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사업부가 물적 분할되어 신설된 가운데 지분 100%를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하고 있다. SK IET의 기업 가치는 약 5조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서 빠른 매출 증가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증설 계획에 따라 분리막 생산역량(Capa) 역시 5년간 5.5배 확대될 예정이다. 다른 배터리 소재 업체 대비 월등한 영업이익률도 매력적이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내내 유지된 저유가 환경과 이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로 주가 부진이 나타내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LG화학과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소송에서 조기 패소 판결로 배터리 사업부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 하반기에 양사가 합의를 통해 소송을 마무리할 경우 불확실성 해소로 배터리 부문의 가치 상승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예측하는 하반기 IPO의 초대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다. 현재 빅히트의 시장가치는 약 3~4조원 수준이다. 넷마블은 해당 종목의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약 1조원 규모의 지분가치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말 빅히트의 상장 예비심사 결과 통보가 지연되면서 넷마블의 주가 역시 약세를 보였다. 주요 아티스트인 BTS에 편중된 매출 구조는 불안 요소이지만, 예심 통과를 발목잡을 가능성이 낮다.

빅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87억원으로 3대 엔터테인먼트(에스엠, JYP Ent., YG엔터테인먼트)의 합산 영업이익 848억원을 웃돈다. 엔터 3사의 합산 시총이 2.6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빅히트는 3조원 이상 가치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넷마블의 시총이 11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1조원 수준의 지분 가치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넷마블은 최근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에도 각각 5.8%, 3.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하반기 투자회사들 신규 상장을 통한 보유 자산의 재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SK바이오팜 흥행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중에서 한국콜마의 자회사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이 주목을 받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해 10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상장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K이노엔의 상장은 예정된 수순이다. 2018년 한국콜마가 CJ제일제당으로부터 해당 종목을 인수할 당시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2022년 내 상장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 5426억원, 영업이익 8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0.6%, 50.6% 늘어난 호실적이다. 특히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케이캡이 엄청난 흥행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이 약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국내 신약 중 최단기간 연 매출 200억을 달성했을 뿐 아니라, 올해에는 연 매출 600억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FDA가 케이캡 임상 1상을 승인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HK이노엔의 제품 케이탭 사진 제공=HK이노엔

시장에서는 HK이노엔의 기업 가치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8년 당시 CJ제일제당이 매각했던 1.3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이에 HK이노엔 지분을 약 50%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1조원에 불과한 한국콜마의 기업 가치는 상승 모멘텀을 갖고 있다.

삼성증권 신승진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대형 공모주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어, 해당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 또한 상승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라면서도 “SK의 경우 SK바이오팜 상장 기대감으로 급등했으나 상장 이후에는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신승진 연구원은 “모기업 투자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회사 상장 기대감이 무르익을 때 투자해서, 상장 직후에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라며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주식 시장의 격언은 2020년 주식 시장에도 여전히 유효한 투자 방법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