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 4일 LG그룹 13개 상장사 시가총액은 역대 최고인 113조원을 기록했다. 기업경영 전반의 악재에도 주력사업 부문에서 거둔 성과들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취임 2년을 맞은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LG의 성장 궤도는 구 회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변화가 뚜렷하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LG를 통해 더 많은 성과를 이뤄낼 것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LG그룹(이하 LG)은 국내 증시에 총 13개 상장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 중에서 SK가 보유한 상장사 19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한국거래소의 기록에 따르면 4일 거래 종가를 기준으로 LG 13개 상장사(주식회사LG·LG화학·LG생활건강·LG하우시스·LG전자·LG상사·로보스타·LG유플러스·실리콘웍스·LG이노텍·지투알·LG디스플레이·LG헬로비전)시가총액은 113조3672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상장된 주식을 현재의 주가로 평가한 금액으로 특정 기업이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다. 

▲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만나 안수를 나누고 있는 LG그룹 구광모 회장. 출처= LG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 

종전까지 LG가 가지고 있던 역대 시총의 최고가 기록은 2018년 1월 16일의 108조4123억원이었다. 이후 주가 추이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면서 LG는 80조원대(1월 2일 기준, 87조원)의 시가총액으로 2020년을 순조롭게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 한 해 동안의 긴 경기 침체를 지나고 점점 살아나기 시작하는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채 반영되기도 전에 ‘코로나19’라는 악재가 덮쳐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이에 따라 LG의 시가총액도 60조원대(3월 19일 기준, 61조원)까지 떨어진다. 그러나 이 시기 이후부터 LG는 장기 관점에서 주력사업의 영역을 명확하게 하고, 각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대응을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 잘 드러난다. 

구 회장은 LG의 상징과도 같은 ‘전자’ 그리고 미래 산업의 핵심인 배터리 분야를 다루는 ‘화학’ 부문의 성장에 집중한다. LG화학 배터리 사업부문은 지난 2019년 무려 4543억원의 큰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은 배터리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함으로 LG화학에 힘을 실었다. 구 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직접 만나 긴말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배터리의 추가 수요를 확보하는 등으로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후 LG화학 배터리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순위에서 LG화학은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2019년 10.4%였던 세계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 24.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일련의 호재들은 LG화학의 주가에도 반영된다. 올해 3월 19일 23만원이었던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현재 60만원대 후반(6일 종가 기준 68만원)까지 상승했다. 이에 한동안 투자업계에서 LG화학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기도 한다. 

▲ 지난 1년 LG화학 주가 변동 추이. 출처= 네이버 금융

LG화학의 배터리와 함께 LG 시가총액의 우상향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LG의 상징과 같은 ‘가전사업’이 포함된 LG전자다. 가전·스마트폰 등 B2C 소비재들을 주력 상품으로 보유하고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LG전자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고 다른 소비재 기업들처럼 큰 위기를 맞았어야 한다. 그러나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에서의 ‘절대 입지’를 확고하게 함과 더불어 최고의 품질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으면서 굳건하게 버텼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 매출 12조8338억원, 영업이익 4954억원을 기록했다.각각 지난해 2분기 대비 각각 17.9%, 24.1%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이는 투자업계에서 ‘어닝 서프라이즈(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호실적)’로 여겨졌다. 코로나19 악재를 감안한 투자업계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었기 때문이다. 

LG전자를 버티게 한 힘은 가전사업(생활가전(H&A)·홈 엔터테인먼트(HE)) 부문이었다. H&A 사업본부는 2분기 매출 5조1551억원, 영업이익 628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로는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2.2%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HE사업본부는 매출 2조2567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으로 위기를 잘 견뎌낸 실적을 기록했다.

▲ 인도네시아 서비스 만족도 조사기관 CCSL이 실시한 2020년 서비스품질조사에서 LG전자는 가전, 단말, 에어컨 등 전 분야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등급'을 받았다. LG전자 인도네시아 서비스법인 직원(사진 왼쪽)이 CCSL 관계자에게서 인증서를 전달받고 있다. 출처= LG전자

가전의 선전으로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은 ‘세계 1위’ 자리에 오른다. 상반기 매출 10조5731억원, 영업이익 1조3815억원을 달성한 LG전자 생활가전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83억6700만달러(약 9조9986억원), 영업이익 3억3700만달러(약 4027억원)을 기록한 미국의 가전업체 월풀(Whirlpool)을 제치고 상반기 통합 실적 1위 자리를 지켜낸다. 이러한 성과에는 가전의 품질에 있어 최고를 지향함과 동시에 당대의 가전 소비 트렌드를 놓치지 않도록 강조하는 구광모 회장과 LG전자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됐다. 

남은 과제 

구광모 회장은 취임 초기 주력 외 사업의 과감한 정리와 공격적 마케팅으로 LG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주력해 왔고 이를 통해 그룹 내 입지를 굳혔다. 이후 착실하게 쌓아올린 그룹의 성과로 구 회장은 자신의 경영 능력을 하나씩 증명해내고 있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그룹의 문제들은 아직도 산적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한때 LG를 ‘먹여 살렸던’ LG디스플레이의 부진이다. 3년 전만 해도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 중에서 가장 큰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었다. 2017년 1분기 LG전자와 LG화학의 영업이익이 각각 9125억원, 7969억원일 때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1조269억원이었다. 

▲ 출처= LG디스플레이

다만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었고 2020년 1분기에는 영업손실 361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영업손실이 5170억원까지 늘어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업황 전반의 부진에 코로나19의 여파를 제대로 맞았다. 

아울러 새로운 시도까지는 좋으나, 항상 그 결과가 안타까운 LG전자의 MC(모바일·스마트폰) 사업부문 역시 구 회장에게 남겨진 큰 숙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구광모 회장에 대한 평가는 좋은 쪽으로든 혹은 나쁜 쪽으로든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