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은행 본점. 출처=각사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앞으로는 투자 포트폴리오에 사모펀드를 추가하더라도 우량한 자산운용사 위주의 상품을 넣는 등 고객들에게 이전보다 덜 위험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으로 내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A시중은행 관계자)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른 은행들이 향후 투자포트폴리오 구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한 사모펀드 비중을 줄인다는 건 은행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사모펀드 판매 중단과 안정성 보완한 상품 판매 등 2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은행들마다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 재개 '신중모드'

5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관 징계를 받아 사모펀드 판매가 중단됐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사모펀드 판매 재개를 놓고 내부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행정소송에서 가처분인용을 받아 사모펀드를 판매할 수 있음에도 한 달이 넘도록 판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판매 재개 여부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판매 중단 처분이 오는 9월 끝나는 우리은행도 사모펀드 재개 여부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각 부서들이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놓고 9월 이후를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사태에 휩쓸렸으나 징계를 받지 않은 은행들도 사모펀드 판매에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했던 과거와 달리 한 걸음 뒤로 물러 선 모양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사모펀드 판매 실적이 전무하다.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7553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9930억원)과 비교해선 41.4% 급감했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사모펀드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 판매 여부는 물론 향후 판매할 사모펀드 구성에도 신중함을 더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량한 자산운용사 위주의 상품 등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품을 통해 은행이 내놓은 사모펀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정부 방침의 추이를 살필 계획"이라면서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상품 수나 판매 규모를 늘려나가는 방안을 향후 시나리오 중 하나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비이자 수익, 공모펀드·방카슈량스로 메꾼다

은행들이 당분간 사모펀드 판매 중단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를 위한 대안도 고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자산관리그룹 내 '투자상품전략단'을 신설했다. 투자상품전략단은 펀드, 신탁 등 자산관리 상품을 총괄해 포트폴리오 중심의 상품전략 수립 역할을 수행한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사모펀드보다 안정성이 높은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안정성을 강화한 주가연계신탁(ELT) 상품 공급과 채권·부동산 등 실물자산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은행들은 방카슈랑스(은행 연계보험)로 사모펀드 판매 중단 및 축소에 따른 비이자부문 수익 공백을 당분간 메꾸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상반기 방카슈랑스 월납 환산 보험료 수입은1517억원으로 전년 동기(1168억원)보다 29.9% 증가했다. 통상 은행은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로 0.02~0.04%을 받는 반면, 은행 저축성 보험에서는 최대 2%, 보장성보험은 최대 5~8% 수준의 수수료를 기대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로 은행권들이 힘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방카슈랑스 공략은 여러 규제로 인해 공격적인 영업이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사모펀드 판매에 신중한 현 상황에 따른 임시방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