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시공능력평가 상위 5대 건설사의 수주 곳간이 차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해외 수주 적자로 건설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으며 수주 잔고가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금 채워지면서 코로나 충격이 닥친 올해에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맏형인 현대건설이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였고, 잔고가 늘어난 대우건설은 타 건설사와 달리 해외에서 활로를 찾았다. 소폭 감소하거나 현상 유지를 한 GS건설, 삼성물산 등은 국내 주택 사업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대림산업은 수주 잔고가 20조원선으로 줄어들었지만, 수익성은 배수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8.4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되며 건설사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기도 했다.

▲ 출처=각 건설사 실적 보고서.
현대, 삼성은 국내 정비 공략...대우는 해외에서 답 찾았다

5일 건설사가 공개한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의 올해 상반기 수주 잔고 합계는 약 191조원이다. GS건설은 2분기 수주 잔고를 확정 중으로, 1분기를 기준으로 했다.

수주 잔고가 최근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상반기 수주잔고는 66조2900억원으로, 올해 다시금 60조원선을 탈환했다. 지난 2018년 잔고가 전년비 10조원 가량 감소하며, 2년간 55조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최근 큰 폭으로 증가했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3.8년치 먹거리를 미리 확보한 셈이다. 

현대건설은 코로나 충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인 올해 1분기 파나마 메트로 3호선과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 3·4 공사 등 6조6031억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해외에서 따냈다. 2분기엔 국내 정비사업 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남3구역 부산 범천 1-1구역 등을 수주했다. 

해외 시장에서 국내 주택으로 눈을 돌린 결과 상반기 현재 신규 수주액은 18조5574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의 74%를 조기 달성했다. 부문별로 살펴봐도 주택사업 비중이 지난해 20%(2조3927억원)에서 올해 45%(8조4961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출처=각 건설사 실적 보고서. 2020년은 상반기 기준이며, GS건설의 경우 2분기 잠정치를 공개하지 않아 1분기로 대체했다.

수주 곳간을 채운 또다른 건설사는 대우건설인데, 다른 건설사와 달리 해외 비중이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잔고는 35조2120억원으로 2018년 이후 연 3조원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 가운데 80%는 국내 잔고로, 부분별로 보면 주택건축의 비중은 72%로 높다. 다만 올해 해외 수주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대우건설의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6조4019억원으로 전년보다 0.3% 늘어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다만 해외 수주 비중은 42%로 지난해 9%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국내 관련 사항이 감소한 가운데, 나이지리아 LNG7을 수주하면서 플랜트 부문이 7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의 상반기 수주 잔고는 27조420억원으로, 2017년 이후 연말 기준 3년 만에 소폭 오르며 현상을 유지했다.

신규 수주는 크게 늘었다. 올해 2분기 반포1-3주구와 신반포15차, 하이테크 프로젝트 등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5조3280억원의 신규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전년보다 116.7% 상승한 수치로, 5개사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GS건설 40조원선 이어갈까...대림 잔고 대신 수익성, 타사 3.5배 수준

지난해 40조원으로 올라서며 수주 곳간을 채운 GS건설은 소폭 감소세를 겪었다. GS건설 1분기 수주 잔고는 43조169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2.4% 감소했다. 미공개된 2분기 잔고 관련 GS건설 관계자는 "잠정공시는 주주들을 위해 미리 진행다. 확정 공시는 외부 회계감사법인을 통해 시간차가 있다. 8월 중순이 지나면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의 신규 수주도 주택 중심으로 지각변동을 겪었다.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전년 동기보다 17.9% 증가한 4조6860억원이다. 이 중 주택의 비중이 78%로 가장 높고, 이어 인프라 12%, 플랜트 2% 등이다. 작년동기 대비해 신규 수주한 3조9730억원 중 주택과  플랜트의 비중이 44%, 36%로 대동소이했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해외 수주가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간 신규 수주 목표치 2조1300억원의 국내 달성률은 48%로 높지만, 해외의 경우 22% 수준이다. 주요 프로젝트도 울산서부 공동주택, 광명12R주택 정비사업 등 국내 사업이 대부분이다. 

대림산업은 수주 잔고가 꾸준히 줄고 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상반기 잔고는 20조원이다. 지난 2016년 30조원 수준이었지만, 이후로는 20조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 관계자는 "해외에서 적자가 많았다. 당시 꽤 큰 금액의 손실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수익성 위주로 선별 수주를 해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수주 잔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림산업의 영업이익률은 12.2%로 업계에서도 월등히 높다. 2017년 5% 수준이었지만, 이후 배수로 늘었다.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물산과 수주 잔고가 넉넉해진 현대건설이 2분기 3.30%, 3.39%를 기록한 것과도 비교된다. 이는 3.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3조2310억원으로, 올해 목표치의 30%에 머물렀다. 타 4개 건설사가 40%를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더딘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자사의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분기는 100% 이상, 상반기는 20% 상당 증가한 수치로, 하반기 실적이 주목된다. 

대림산업도 주택 비중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의 주택 비중은 85%로 1년 사이 15%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특히 2분기 2조2317억원 규모를 수주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기조가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대책 발표 직후인 전날  대림산업의 주가는 7% 상당 급등하기도 했다. 

주택 공급 대책의 경우 정부의 사업 추진 속도에 달렸다고 업계 관계자는 판단하고 있다. 대규모 택지보다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을 위주로 진행된다면, 대형보다 중소형 건설사가 혜택을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지금 조합이나 지자체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이뤄지더라도 대규모 사업의 경우에는 통상 몇년이 걸려서 당장 앞으로를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