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물(紙物), 140×110㎝ 한지 먹, 2017

작가 송광익은 종이를 가지고 작업을 한다. 종이에 채색하거나 물감을 뿌리는 것은 작업의 시작일 뿐이다. 그의 작업이 예술작품이라는 결과물을 전제로 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만든다’는 것은 그에게 예술이 그 존재를 드러내는 사건과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공작’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질 무엇만큼이나 만드는 과정에 대한 강조일 수 있다. 작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할 때 그가 되뇌는 ‘공작’이라는 말은 작업의 과정과 작업 행위가 작품에서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 100×60㎝ 한지 아크릴, 2017

예술가는 ‘만든다’는 동사형의 시간을 통해 사물로부터 예술의 드러남을 그리고 작가로 있는 자신을 마주한다. 송광익의 작품은 담담하다. 장식적인 요소는 덜어냈다. 색은 스며들어 머금은 나머지로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작품에 존재하는 사물적 성격을 하부구조와 같은 것으로 보고 사물적 성격에 주목했다. 본래적인 성격이 이러한 하부구조 속에 그리고 하부구조 위에 구축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송광익(서양화가 송광익,지물(紙物),송광익 화백,한지작가 송광익,한지추상화가 송광익,Korean paper Artist SONG KWANG IK,宋光翼,SONG KWANG IK)에게 한지가 갖는 사물성은 자연의 결을 담은 자연스러움과 역사성에 기인한다.

한지에는 태양 아래 바람의 일령임과 함께 너볏이 대지의 숨을 담아 생명을 일궈 온 시간이 있다. 이러한 재료를 작가는 정밀한 잣대로 재단하려 하지 않는다. 한지의 담담함을 담기 위해 채색조차 배면을 이용한다.

▲ 전시전경<사진제공=통인화랑>

한지를 지탱하는 섬유질의 얽힘으로 색을 충분히 머금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빈자리를 굳이 색을 더해 채우려 하지 않는다. 한지의 고유한 결을 따라 예술이 머무는 자리를 더듬을 뿐이다. 종이를 채색하여 마름질해 놓고 나면 손에 닿는 촉감을 따라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이 시작된다.

마름질한 한지는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서로를 맞대어 화면을 이룬다. 판넬 위에 골을 이루는 형태는 얇은 막과 같은 한지를 세우기 위해 풀을 발라 맞물리게 하면서 생긴다. 소리가 소리를 부르듯 선은 선을 불러 늘어선다. 때로는 빗금으로 때로는 수직선으로 그렇게 손은 그 재료가 가진 물성으로부터 있음의 본연한 모습을 알아서 맞추어 나간다.

△글=배태주 미술평론(미학/철학)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 4월5~30일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