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욱 한국보험보장연구소장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금리는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나침반이며 운전사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경제지표 중 하나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이치지만 돈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찾아 흐른다. 돈은 높은 이자를 주는 곳을 찾기 때문에 이자율이 낮으면 투자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기 마련이다. 한국은 역사상 가장 낮은 초저금리 시대를 보내고 있다. 금융 시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

보험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2019년 상반기 생명보험시장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역마진을 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역시 저금리가 꼽힌다. 과거 높은 이자를 고정으로 지급한다는 보험사들의 약속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2019년 기준 생명보험사는 244조원에 대해 평균 6.0%, 손해보험사는 44.1조원에 대해 평균 4.0%의 확정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어마어마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보장‧안정성 함께 봐야

보험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보험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객관적인 지표는 될 수 없다. 보험료 다음으로 중요한 지표가 보장 내용인데, 자칫 좋은 보장내용만 찾다 보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일본에선 과거 버블 붕괴 이후 계속된 저금리로 인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8개의 보험사가 파산을 했다. 한국은 외환위기 당시 국제생명, 태양생명, BYC생명, 고려생명 등이 파산을 했고 이후 리젠트화재(2003년), 그린손해보험(2013년)이 파산을 했지만 가입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었다. 보험계약이전제도라는 것이 있어 가입자들의 계약이 온전히 보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이전과 다를 수 있어 보험을 선택할 때 보험사의 재정 건정성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저금리, 신계약율 하락, 보험해지율 증가 등 보험사의 경영현황이 악화되고 있고 회계제도 변화로 인한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외국계 보험사의 한국 시장 이탈도 대한민국 보험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더해 보험업계에선 보험계약이전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험소비자들은 보험가입 시 보험사의 장기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형사는 대형사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해 판매에 있어 비교 우위에 있는 담보들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당장 소비자에게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회사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보험 상품은 보통 만기를 100세로 하고 있어 가입 시 더욱 신중함이 요구된다.

해지‧조정, 가입보다 신중하게

앞서 언급했듯 고금리 확정이자 상품이 보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판매된 상품에는 무려 12% 고정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상품도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물가가 상승을 하고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초저금리는 현재 시장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해 주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국민들의 보험 해지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보험을 재조정하는 일명 보험리모델링 시장이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보험소비자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영업하는 입장에서는 새로운 보험을 가입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과거 소비자에 좋은 상품들 즉, 보험사에는 불리한 상품과 담보가 유지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요실금 시술만 해도 500만원을 지급하는 담보가 있었으며, 5년마다 10%씩 보험금을 체증해 주는 암보험, 교통사고 시에도 50%를 추가로 보상해주는 담보, 장해 3급만 받아도 전액 납입면제를 해주는 보험 등 과거 판매된 상품들 중에서는 지금은 가입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보장이 좋은 상품들이 많다. 소비자는 보험 상품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장점을 판단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험 유지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수록 판단을 쉽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고 두 명 이상의 전문가에게 컨설팅 받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다시 보는 변액보험

초저금리 시대에 쥐꼬리만한 이자는 자연스럽게 금융소비자들의 자금을 투자 시장으로 이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이 경험이 은퇴 준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0대 초반 저금리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보험시장에도 투자하는 변액보험이 도입됐다. 도입초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주식시장은 글로벌금융위기를 맞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고 이후 코스피 시장은 박스권에 갇히면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또한 초기 상품의 높은 수수료는 물론 관리 능력과 운용 능력의 부족은 변액보험 상품을 가입한 소비자에게 '상처'와 '배신'을 안겼다.

보험은 초장기 상품으로 일반 금융상품과는 다른 구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초기에 높은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것이 가장 구별되는 특징인데, 이는 통상 장기 유지할 경우 극복할 수 있다. 변액보험도 마찬가지였지만 많은 소비자들은 시장악화와 상품에 대한 불신‧불만으로 장기 유지를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많은 손실을 떠안았다.

최근 한국 변액보험의 장기투자 연환산수익률은 4.11%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물가상승률 2.43%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물가상승 헷징이라는 변액보험의 도입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경제상황에 따라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지만 과거와 같이 고금리 시대를 맞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라서 보험상품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 보험소비자들은 변액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변액보험 등 초장기 적립식 투자는 주식과 같은 인플레이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최근 변액보험은 인공지능이 투자관리를 해 주기도 해 가입자들의 부담을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