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 출입문에 '호떡 반입 금지'라는 인쇄물이 부착돼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서울 남대문시장에 위치한 은행지점들이 '호떡'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입구에 '호떡 반입 금지'라는 인쇄물을 붙여둔 남대문시장 은행지점만 3곳이다. 호떡이 호환(虎患)이 아닌데도 이런 현상이 지속 중이다. 호떡에서 흐른 꿀로 인해 은행 현금인출기(ATM)가 고장을 일으키는 한편, 지점 내부 환경미화에도 악영향을 가져온 탓이다.

남대문시장 입점한 은행지점 14곳…3곳에서 '호떡 반입 금지'  

서울 중구 남창동에 위치한 남대문시장은 1일 평균 약 30만명이 방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장이다. 시장 넓이는 약 6만6115.7㎡, 점포 수는 약 1만개 내외다. 유동인구와 점포 수가 많은 만큼 은행지점도 많이 들어서 있다. 남대문시장 반경 300m 내 은행지점 수는 신한은행 본점을 포함해 총 14곳이다. 시장 내부에만 6개 은행, 11개 지점이 자리 잡고 있다.

5일 찾은 남대문시장에서 '호떡 반입금지'라고 쓰여진 인쇄물을 출입문에 붙여둔 은행지점은 3곳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과 IBK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 회현동 새마을금고 본점이다. 시장 안에 자리한 은행지점 11곳 중 이들 3곳에서는 '호떡 반입 금지' 등 음식물을 가지고 은행에 들어올 수 없다는 내용이 적힌 인쇄물을 출입문에 부착했다.

▲ 5일 남대물 명물 중 하나인 야채호떡을 만든 원조집으로 알려진 '남대문 야채호떡' 노점점포. 사진 오른쪽엔 기업은행 남대문시장점이, 왼쪽엔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점이 자리한다. 사진=박창민 기자
남대문시장 명물 '야채호떡' 고객들이 흘린 꿀…ATM기기 고장으로

이 같이 은행지점들이 호떡 반입을 금지한 배경에는 '남대문 야채호떡'이 있다. 남대문 야채호떡은 남대문시장 명물 중 하나인 야채호떡을 개발한 원조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가게가 만든 야채호떡은 매스컴을 타고 외국 가이드 북에 소개되면서 호떡을 사가려면 20~30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유명해졌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손님들이 대폭 줄면서 주변 호떡집들도 문을 닫고 있다는 게 남대문 야채호떡의 설명이다.

호떡 반입을 금지한 은행지점 3곳은 모두 남대문 야채호떡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남대문 야채호떡집는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과 IBK기업은행 남대문시장지점 사이 좁은 골목에 들어서 있다. 이 가게와 세 지점과의 거리는 반경 100m 이내다. 각 지점들간 거리를 보면 기업은행 지점과는 반경 1m로 맞닿아 있으며, 우리은행 지점과 회현동 새마을금고 본점과는 각각 반경 20m, 100m 거리다.

▲ 호떡 반입을 금지하는 회현동 새마을금고 본점. 사진=박창민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호떡 반입 금지' 문구를 '이색 풍경'이라고 평가하는 네티즌이 있는 반면, 호떡 반입을 막는 이들 은행지점을 비웃거나 혹평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호떡 내용물이 ATM 등에 떨어져 고장을 일으킨 전례가 있다는 게 이들 지점 ATM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 지점은 2015년을 전후해 ATM기기 등에 문제가 생긴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 같은 경고 문구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호떡을 지점 내에서 취식하다가 바닥에 흘려 환경미화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남대문 야채호떡 사장 이 모씨(66)도 "호떡을 사간 손님들이 은행 기계들에 꿀이나 잡채 들을 흘려 문제가 되자 주변 은행들이 이런 문구를 붙이게 됐다"면서 "문구를 붙인 은행들도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