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해 2028년까지 서울 권역에 13만2000가구를 신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5만여 가구를 공공 재건축 확대로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강남권(강남4구)과 용산구에서는 고밀 재건축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이 참여하는 '공공 재건축 사업'은 주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용적률 300%~500% 수준으로 완화해주고 층고 제한도 풀린다. 그러나 증가한 용적률의 50~70%은 기부채납으로 환수되고, 기대수익의 90% 가량도 회수된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의 경우,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이익을 공공이 기부채납으로 50% 이상 환수하기 때문에 이미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의무거주 등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추진 동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고 의견을 더했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 = 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기다린 시간 만큼 더 기다릴 것"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의 공급 대안 발표에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굳이 공공 재건축으로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일을 없을 거라고 말한다. 

은마 아파트는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지만 17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올해 안에 재건축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려면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연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설립위원회에서는 "공공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건축조합위원회 관계자는 "공공재건축의 장점은 투명성과 빠른 사업 진행이다"며 "그 부분이 매력적이었지만 독소조항 때문에 공공재건축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독소조항'은 공공재건축 개발 이익의 50%에서 70%를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으로 준다는 걸 뜻한다. 

송파구 잠실동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선수촌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이 안 나온다. 이번 대책으로 기존 세대 반 이상을 공공임대주택을 하라고 하니, 조합쪽에서도 당연히 반겨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아직 방안이 정립이 안된 터라 재건축 조합 측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합들이 공공재건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며 "재건축 초과 이익도 90%까지 환수하라고 하니, 내 집 내가 재건축하는데 정부가 거기까지 관여를 하냐는 생각에 부당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태릉골프장 일대 주민들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다소 아쉬운 대책"


서울과 수도권 도심 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군부지와 공공기관 유휴부지 등을 적극 활용해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서울 노원구의 태릉골프장CC의 1만호를 비롯해 용산구 용산 캠프킴,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이전 후 부지 개발, 국립외교원 유휴부지 등을 통해 주택을 공급한다. 

태릉골프장 인근 지역은 아파트 시세가 뛰었던 몇 주 전과 달리 당황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대책이 충분한 인프라 구축 없이 주택 공급에만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경기도 구리시 갈매동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갈매동에 있는 주민들은 아쉬워 하고 있다"며 "호가만큼 거래가 안되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프라 구축이라는게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도입이나, 도로를 조금 넓혀주는 것밖에 없었다"며 "주민들이 바란 건 서울 지하철 6호선 연장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 정차 등 구체적인 방안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 안정화를 가져올 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먼저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 물량 확대에 대해, 부동산114 관계자는 “8.4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 확대에 시그널을 시장에 준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정비사업 등을 통한 7만5000가구 공급이 예정대로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무분별한 도심 고밀도 개발 추진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일조권과 조망권을 해치는 것과 동시에 교통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