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올해 상반기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불어 닥친 가운데, 이 영향으로 대형 건설사의 주요 먹거리인 해외 발주까지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업계 전반은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그나마, 국내 주택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서 완충 역할을 톡톡히 한 것에 위안을 삼았을 뿐이다.

4일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등 국내 빅5 건설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이 중 대림산업은 자회사 편입으로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모두 증가했다. 그러나 수주 잔고가 꾸준히 감소해 현재 20조원선이 턱 끝까지 쫓아온 상황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목표치의 30% 수준으로, 하반기가 주목된다. 영업익이 증가한 삼성물산의 경우 패션과 리조트 사업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바이오 산업이 두각을 드러냈다. 주택 수주도 상반기 50%를 달성한 상태다.

국내 수주 우량아인 현대건설은 수주 잔고 60조원을 회복했지만, 해외 현장의 원가가 반영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국내외 건설업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풍부한 순현금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발맞춘 신사업 추진을 발표한 상황이다. 

GS건설과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실적이 양호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코로나 충격의 쓴맛을 봤다. 하반기 GS건설의 신사업과 대우건설의 수주 실적으로 이목이 쏠린다.  

출처=전자공시시스템. 
건설外 챙긴 대림산업·삼성물산 웃었다···신규 수주 실적은?  

올해 2분기 국내 5대 건설사의 희비가 갈렸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지난해 기준) 가운데 올해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이 모두 증가한 건설사는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다만 이는 플랜트 사업의 원가 개선과 자회사 편입에 따른 것으로, 상반기 수주 실적은 다소 잠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5477억원, 3103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2%, 4.2% 상승했다. 앞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22.7% 증가하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후 또다시 호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자회사인 고려개발과 카리플렉스 편입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합산 2700억원, 250억원 상당 개선됐다. 이를 제외한 부문별로 플랜트가 매출을 견인했다. 플랜트 매출은 3957억원으로 160% 상승했지만, 반면 주택(-8%), 토목(-19%), 유화(-39%) 등은 모두 감소했다.

관건은 수주 실적이다. 대림산업의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실적은 3조2000억원으로, 국내 정비사업 수주액 1조원 기록에도 목표치인 10조원의 30% 수준이다. 수주 잔고는 감소하고 있다. 올해 수주 잔고는 20조원으로 지난 2017년 25조원 수준이었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탔다. 

출처=대우건설 제공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도 "2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별도 기준 유의미한 실적 개선 보이지 않고, 기존 당사 추정치(영업이익 3020억원)에 부합하는 수준이다"면서 "지속적인 연결편입과 신규사업 M&A에 힘입은 연결 실적 개선으로 업계 최고수준 실적 유지 불구, 건설 신규 수주 부진에 따른 별도 실적 정체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국내 시공능력평가 7년 연속 1위를 차지한 삼성물산도 올해 2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 충격과 무관한 바이오 산업 실적이 두드러진 가운데, 신규 수주도 목표치의 절반 가까이를 상반기 달성하면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연결 매출은 전년동기보다 -9.4% 감소한 7조 223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7% 늘어난 2380억원이다. 특히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이오 부문이 실적 호조에 톡톡한 영향을 끼쳤다. 바이오 사업의 영업이익은 97% 상승한 700억원으로,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1년새 5% 수준에서 30% 남짓으로 증가했다.

다만 바이오 부문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패션 사업 이익이 줄고 레저 산업은 적자 전환되면서다. 

건설부문의 경우 플랜트 사업이 호실적을 기록했다. 플랜트 사업의 매출은 567억원으로 40% 증가했다. 반면 빌딩과 토목은 각각 1834억원, 375억원으로 10% 이상 감소세를 겪었다. 신규 수주는 상반기 5조3000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치인 11조1000억원의 절반을 약간 밑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GS·대우건설 울상···현대건설.신사업 활로

지난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4, 5위를 다투던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올해 고비를 면치 못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 시장 불확실성이 발생하면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대우건설은 시공 능력 평가 면에서 6위를 기록하며 포스코건설에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GS건설은 매출 2조5470억원, 영업이익 16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 -20% 감소했다. 부문별로 플랜트 부문의 매출액이 25% 상당 감소한 가운데, 코로나 충격으로 추가된 원가가 반영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다만 신사업 분야가 자리를 잡으며 1440억원 매출을 냈고, 토목과 주택·건축도 완만한 감소세를 보였다.

대우건설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9630억원, 81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12%, -20.2% 떨어졌다. 국내 주택건축부문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40% 수준으로 진행했지만, 마찬가지로 해외 시장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지난 5월 나이지리아에서 2조100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생산시설 건설 사업을 신규 수주해 실적 회복 가능성이 전망된다.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대형 건설사들이 줄줄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국내 대형건설사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은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현대건설의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5422억원, 1539억원으로 작년보다 2.9%, 37.2% 하락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인 2080억원을 크게 하회했다.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은 타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상반기 신규 수주는 연결 기준 18조6000억원으로 연간 목표액의 74%(25조1000억원)를 달성했다. 수주 잔고도 같은 기간 이미 62조2338억원을 기록하며 60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와 전년 55조~56조원 수준에서 훌쩍 뛰어오른 실적이다. 그러나 코로나 충격이라는 최악의 변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출처=현대건설 제공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원가가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꺾였다. 이동제한 등의 방역조치로 인해 공사기간이 지연되면서, 이라크 카르빌라 정유공장과 알제리 복합화력발전 현장에서 각각 400억원의 원가가 반영됐다. 원가를 추후 환입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중동의 해외 발주는 대부분 내년으로 지연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은 최근 신사업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업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수주 비중이 전체의 40% 내외로 높은 가운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신사업의 초점은 정부 중점 사업인 친환경 수소경제와 스마트 도시에 맞춰졌다. 보유한 순현금을 투자로 돌린다는 방침으로, 충남 서산 보유지 구 30만평을 활용한 총 사업비 5000억원 규모 그린 바이오 스마트시티 개발이 계획 중이다. 수소발전 사업을 추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소차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협업,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언급됐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수주 및 분양 성과로 성장에 대한 우려를 잠재운 만큼 단기 실적 부진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면서 "오히려 용지, 지분투자, 신사업 확장, 주주환원 정책 등 현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동사의 행보가 주가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