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1일 "틱톡을 미국에서 금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이달 1일, 마이크로소프트가 9월 15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인수 협상에 45일을 주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출처= YouTub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 대통령이 당신이 좋아하는 앱을 금지하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춤을 춘다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그 앱을 구하기 위해 그 앱을 인수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신은 또 어떻게 하겠는가? 더 열심히 춤을 춘다고?

지난 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을 금지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틱톡에는 작동이 중단될 정도로 엄청난 팬들이 몰려들었다.  

지정학적 분쟁의 탁구공

주말에 백악관 관리, 그리고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진들은 미국에서 이 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동안, 틱토커들은 이 앱의 불확실한 미래를 우려하며 엄청난 동영상을 올렸다.

VPN(가상 개인 네트워크)을 사용해 마치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앱에 접속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틱톡을 허용하는 국가로 이주하기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이 앱이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분쟁의 탁구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먼저 선수를 쳤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달 6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틱톡을 포함한 중국 소셜미디어 앱을 미국에서 사용 금지하는 방안을 “확실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가 바이트댄스로부터 틱톡의 미국 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지난 31일 "우리는 그들을 미국에서 금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이달 1일,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9월 15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의 인수 협상에 45일을 주겠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이틀 만에 바뀐 데는 1억명에 달하는 틱톡 이용자의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참모들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보좌관들은 어떻게 대통령을 설득해 MS의 인수협상을 승인하게 할지, 또 틱톡 금지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팔로어 8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는 틱토커 호프 슈윙은 틱톡에 올린 랩 동영상에서 "모두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틱톡은 이미 내 삶의 큰 부분이 되어버렸어, 안전한 곳이고 표현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야."

또 다른 틱토커는 이렇게 읇조린다. “문제는 틱톡이 아니야, 이 멍청아!”

끊임없는 립싱크와 춤 동작 등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이 감염성 높은 앱은 여러 요소들의 조합으로 우리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그 앱의 모든 요소들을 살펴보면 미국 관리들이 왜 그것에 대해 불안해하는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는 왜 이 난장판에 끼어들었는지, 그리고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왜 그것을 모방하려고 그렇게 열심인지 알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짧은 음악 영상을 녹음하고 편집할 수 있는 틱톡 같은 기능을 인스타그램에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사용 금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틱토커들(TikTokers).     출처= TikTok

무한한 재미

틱톡 알고리즘은 어떤 종류의 음악과 동영상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알아내는 데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다. 틱톡의 메인인 ‘포유’(For You) 피드는 당신의 성향에 맞는 영상을 15초에서 60초 사이로 끊임없이 공급하는 완전 개인화된 동영상 퍼레이드다. 화면을 위로 올리면 끊임없이 새 동영상이 이어진다. 틱톡은 당신이 틱톡에서 하는 행위를 계속 배우고 분석해 당신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되는 동영상들을 무한정으로 보낸다.

여기에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어렵다. 가끔 음악 외에 정치와 사회적 문제들이 슬금슬금 들어오기도 하지만 젊은 창작자들에 의해 다소 가볍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제시된다.

중국 소유의 앱에서 그것이 어떻게 미국의 보안 문제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 시스템을 통해 어떤 종류의 선전이 먹힐 수 있을까? 사용자의 성향, 관심사, 패턴에 대해 수집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그러나 틱톡은 중국 정부와 사용자 데이터를 공유한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틱톡의 케빈 마이어 최고경영자(CEO)는 틱톡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열광적인 틱토커들과 그들이 틱톡에 머무는 엄청난 시간을 보면, 틱톡이 마이크로소프트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에게 왜 그렇게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접 인수 협상에 나섰지만, 이미 소셜 미디어영역에 대한 통제 불능으로 엄격한 조사를 받고 있는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에 릴스 기능을 추가하며 틱톡을 모방하는 것을 선택했다.

▲ 페이스북은 틱톡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서비스 릴(Reels)을 인스타그램 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틱톡 활동자들의 가입을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TechCrunch

무한한 명예

틱톡 성공 방정식의 두 번째 주요 요인은 틱톡의 알고리즘이 팔로워의 숫자가 아니라 그 동영상이 얼마나 볼 가치가 있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틱톡에서 @justmaiko라는 ID를 사용하는 22세의 마이클 르는 356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지만, "틱톡에 팔로워가 몇 명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는 다른 네 명의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미국 정부의 틱톡 금지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여러 개 올렸다.

틱톡의 사용 금지가 예상되자 트릴러(Triller), 클래시(Clash), 바이트(Byte,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는 관계없는 회사임) 같은 틱톡과 유사한 소셜 비디오 앱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트럼프의 틱톡 금지 발언이 나온 지난 주말 애플 앱스토어에서 바이트와 트릴러가 다운로드 1, 2위를 다퉜다.

그러나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은 아직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대형 브랜드와 스폰서십 계약을 갖고 있지 못하다. 마이클 르 등 틱토커들은 틱톡의 금지나 서비스 중단이 자신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조만간 미용과 패션 브랜드와 스폰서 계약을 할 예정이었다”면서 “틱톡이 다음 주에 금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 왜 틱톡이 지정학적 분쟁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수입이 끊기게 될 위기에 처한 틱토커들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틱톡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는 기술 산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0대 20대 인구들이 대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