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발걸음이 바쁘다. 두 총수의 올해 경영 목표는 '위기탈출'과 '미래', 그룹 역량을 재도약에 모으는 한편 이들은 매주 현장을 찾고, 체험하며 위기 타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오른쪽)에게 메가스토어 매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2020. 01. 07). 사진=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직접 가서 보니 잘하는 것도 있지만 부족한 점도 보였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 신동빈 회장(7월 롯데 VCM 발언) -

4일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3개월새 현장 방문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최된 롯데 VCM(사장단회의)에서 전한 신 회장 발언에는 그가 현장을 찾는 배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잘하는 것과 부족한 점을 찾는 것은 현장을 찾은 경험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다.

신 회장은 지난 5월23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점검한 것을 시작으로 6월4일 경기 안성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 6월 17일 '시그니엘 부산'호텔 개관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트 코로나' 또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유통 현장을 찾는 행보도 늘었다. 지난 6월 27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지난 7월 24~25일 롯데푸드 광주 공장, 롯데마트 여수점을 방문했다. 지난 주말(8월1일)에는 강희태 유통BU(사업부문)장 강희태 부회장과 함께 롯데슈퍼 프리미엄 공덕점 매장을 찾았다.

유통업계에서는 지난 6월부터 이어진 신 회장의 유통현장 방문이 주말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공식 일정이 아니었기에 고객들과 함께 줄서고, 경험하는 '잠행' 체험이 가능했을 것이란 시선이다.   

평소에도 신 회장은 현장 경험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시 내용의 현장반영을 점검한다. 재택근무, 비대면회의가 늘어난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데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방문만으로 임직원들이 체감하는 위기감이 상당할 것"이라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신 회장의 의지, 그리고 이후 현장 관계자들의 강력한 조치가 이뤄지는 만큼 효과가 크다"라고 말했다. 

▲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스타벅스DTR점' 방문 사진과 '피코크 스낵' 게시글. 스타벅스 DTR점은 "종수도 줄 서는 스타벅스 매장"이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사진=정용진 인스타그램

"고객 입장에서 무언가 충족되지 못한 것,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것을 찾아 개선하고 혁신하는 것이 신세계그룹 존재 이유"  - 정용진 부회장 신년사 -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는 롯데 신동빈 회장과 같은 듯 하지만 다소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신 회장이 일선 현장에 직접 나서 솔루션을 찾는다면, 정 부회장은 잠행 행보에 체험적인 요소, 그리고 인플루언서로서의 영향력을 더한다. 계열사들의 아이템을 챙기는 것도 그가 맡은 주요 업무가 됐다.

대표적인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는 SNS(인스타그램)를 통한 소통, 그리고 체험 공유다. 39만여명에 달하는 팔로워가 찾는 만큼 대중들에게 미치는 그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이마트의 PB 간편식(HMR)을 소개하거나 매장을 찾아 식재료를 직접 구매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PB 부대찌개를 먹고, 자신이 만든 제품과 맛을 비교하는 일, 경쟁사를 방문하고, 소비자로써 느낀점을 공유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계열사 서비스와 제품 홍보대사 역할을 자칭하고 이한다. SNS를 통해 자사 HMR식품과 과자 게시물을 올려놓기도 한다. ”노브렌드 크레페, 한통 980원, 강추“ ”회의할 때 필수 아이템 #유기농말차라떼 #피코크“ 등의 게시물을 올렸다. 

최근에도 다양한 매장들을 누볐다. 이마트 강릉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롯데호텔 시그니엘 부산, 아비뉴프랑 판교 등 계열사와 경쟁사 현장 경험을 공유한다. 각 매장에서의 경험, 시식 후기 게시글을 올리는 일이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하면 현장 방문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유통현장을 찾고 있다"라며 "소탈한 듯 보이는 행보 하나하나가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