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홈플러스가 최근 2주간 2개 점포 매각을 결정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영업현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자산유동화란 카드를 선택하지 않으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매각을 통한 예정된 실탄 확보에도 재무상황은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점쳐지면서 향후 홈플러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2주간 2개 점포 매각을 확정했다. 지난달 17일 전체 점포 중 매출 상위권이었던 '알짜 점포' 안산점에 이어 대전탄방점도 매각을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오프라인 유통업 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 처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이 7조3002억원으로 전년 7조6598억원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2억원으로 지난해 2600억원에서 10배이상 쪼그라 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뜻하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면 현금유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홈플러스의 영업활동혈금흐름은 2018년 4374억원보다 5배 가량 줄어든 853억원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장사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기업의 기본적인 활동인 영업활동에 문제가 생기면서 홈플러스 곳간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5322억원으로 대규모 적자를 보이면서 앞선 연도보다 손실규모를 키웠다.

턱없이 부족한 현금유동성, 높아지는 차입금 부담에 코로나19 직격탄까지 '첩첩산중'

문제는 실탄이다. 이는 홈플러스도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점포 두곳의 매각 배경으로 안정적인 사업 운영과 미래를 위한 유동성 확보를 꼽았다. 실제 홈플러스는 올해 2월 말 기준, 당장 3개월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22억원에 그친다. 이는 1년 전(3086억원)보다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총차입금 2조3098억원보다 크게 모자르는 수준이다.

더욱이 홈플러스는 지난해 단기차입금 규모를 2000억원대로 늘리며, 2018년 2600억원대 유동성장기차입금을 대체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각각 500억원, 154억원, 키음증권으로부터는 전자단기사채와 CP(기업어음) 1300억원을 조달했다. 단기차입금이 1년 이내에 갚아야할 돈이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실탄 마련이 시급한 셈이다.

 

게다가 비유동 기타금융부채로 구분된 상환전환우선주(RCPS) 7739억원은 만기가 올해 10월21일. 이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장기차입금으로 조달한 ▲홈플러스홀딩스의 홈플러스스토어즈 지분(7517만2431주)과 홈플러스스토어즈가 보유한 자기주식(279만6350주) 및 홈플러스 지분(6167만2주)이 담보된 'Tranche A-1'(연이자율 5.08%, 1조7487억원) ▲유형자산 담보신탁자산으로 한 1순위 수익권증서 담보 'Tranche A-2'(연이자율 4.61%, 2498억원) ▲한국리테일투자, 한국리테일투자이호, CPP 인베스트먼트 보드 프라이빗 홀딩스 보유의 홈플러스 지분증권과 관련 유형자산에 대한 담보신탁자산의 1·2순위 수익권증서 담보 'Tranche B'(연이자율 6.5%, 1500억원)에 대한 상환전환우선주다.

물론 홈플러스는 세개의 장기차입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상환전환우선주 만기가 자동 연장되면서 최소한 1년 이상 시간을 벌 수 있는 재량권이 있다. 장기차입금 규모가 큰 만큼 오는 10월로 설정된 상환우선주 만기는 연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언젠가 기간이 도래하면 정산해야할 차입규모가 더욱 확대되는 것이다.

3개 점포 매각으로 급한불은 끄지만...향후 수순은?

충분한 현금이 돌지 않아 자칫 순간적인 운전자본부족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홈플러스에게 드리워진 부담요소다. 현재 홈플러스 재고자산은 4050억원이고, 매출채권과 기타채권(외상판매)은 약 1258억원이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의 합은 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자금인 운전자본을 뜻하는데 홈플러스의 지난해 운전자본은 총 5308억원 수준으로, 2018년 4812억원에서 약 49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금융감독원 홈플러스 사업보고서.

통상 기업은 '재고자산+매출채권-매입채무'의 현금을 항상 확보(순운전자본)하고 있어야 영업을 통해 되돌아오는 지불금을 다 갚을 수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올해 2월 말 기준  매입채무및기타지급채무는 1조1957억원. 즉,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6649) 상태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홈플러스의 점포 매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업계는 홈플러스가 이번 점포 매각 과정에서 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손에 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급한 불만 끌 수 있을뿐 체력을 확보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앞서 홈플러스가 연내 3개 점포 매각을 밝혔지만, '돈 되는 것은 다 판다'는 관련업계의 열린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따라서 홈플러스 재무상황을 놓고 볼때 추가 점포 매각에 더해 현금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저울질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