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ter Hopper-Sunday Morning, 130×454㎝ oil on canvas, 2014

시물라크르(Simulacre)의 가장 대표적인 것들로서 놀이동산과 미술관, 예식장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성과 혼성성을 잘 표현하는 대상이다. 가상현실은 이제 도시 속에 파고들어와 공간사회학적 지표로서 기능한다.

놀이동산의 시물라크르는 다른 설명 없이 슈렉이란 영화를 한편 보는 것으로 이해가 빠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공간은 그야말로 확대된 형태의 디즈니랜드이다. 그림 같은 성 안에서 입장료만 지불하면 공주와 왕자로 대접받을 수 있으며, 약간의 추가비용으로 캐리비언의 해적이 될 수도 있다. 이 순간만큼 사람들은 밀린 대출이나 크고 작은 가정사 등을 잊어버릴 수 있다. 

▲ Wedding Hall Painting, 162×130㎝ oil on canvas, 2008

공주 되기는 예식장이 더 제격이다. 이 순간만큼은 공주로서의 숭배와 찬양이 제공되고 자신 또한 그런 시 물라크르를 입는다. 미술관도 이런 맥락에서 예외는 아니다. 미술품은 미술관에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 즉 상품화된 물건으로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미술관의 공간과 관념은 이러한 상황을 교묘하게 의전적인 형태로 미학화해 놓는다. 미술관 내부에서 작품들은 숭배의 대상이 된다.

▲ The Night, 80.5×116.5㎝ oil on canvas, 2014

권기동(화가 권기동,권기동 작가,權奇東,KWON KI DONG)의 작품은 여기까지 비판적 시각을 이끈다. 그리고 이것들(=미술작품)이 얼마나 뜬금없이 ‘거기’에 있는지 느끼게 만들어준다. 이 뜬금없음은 바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향한 시니컬하면서 동시에 히스테릭의 성분이 복합된 작가의 시선을 우의화한 것이다.

△글=김정락 미술사학

△전시=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Seoul), 10월29~11월16일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