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리플랙션(Refraction)이 만든 자전거같이 생긴 자율주행 로봇 REV-1 8대가 하루 50~100건씩 배송을 하고 있다.   출처= Refraction AI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원래 ‘그들’의 장담에 따르면 2020년까지 로봇이 우리의 차를 운전하고 음식 등 여러 물건들을 집으로 배달하도록 되어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이 기술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한 올해에 그것이 얼마나 유익한지를 증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비접촉식 배달과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인류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약속되어온 이 기술들 중 어느 것도 널리 대중에게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제 기회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5년에, 자율주행차에 관한 문제들이 거의 해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3년이 지난 2018년 2월에도 “테슬라의 차량 중 하나가 '3~6개월' 안에 미국 전역에서 자율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도 2014년 인터뷰에서 드론 배달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2015년에 “4년 내지 5년 후에 드론 배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 테슬라는 100% 자율운전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출시하지 못했고 아마존도 아직 드론이나 로봇 배달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시기에, 안타깝게도 배달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아마존과 인스타카트(Instacart) 같은 회사들은 오히려 식료품과 소포를 포장하고 배달하는 것을 돕기 위해 수만 명의 ‘인간’ 직원을 고용했다.

로봇 지지자들은 왜 그렇게 하는지 곧바로 의아하게 생각한다. 로봇을 투입하면 모든 배달은 비접촉으로 할 수 있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자연스럽게 실천되는 데 말이다.

모든 로봇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 년간 로봇이 배달 노동자 등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며 그 위험을 경고해왔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이 보여주었듯이, 이러한 기술들은 인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늘날 드론, 배달 로봇, 자율주행차는 적어도 6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배달하는 상품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연간 100억 개의 물품을 배달하는 아마존은 지난 몇 달 동안 워싱턴주 스노호미쉬 카운티(Snohomish County)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에서 배달 로봇을 이용해 수천 개의 물건을 배달했다고 발표했다.

프라임 에어(Prime Air)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드론 배달 서비스는 4년 전 단 한 차례 배달했을 뿐이다.  출처= Dronelife

하지만 프라임 에어(Prime Air)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아마존의 드론 배달 서비스는 4년 전 단 한 차례 배달했을 뿐이다.

아마존 소비자 사업부문의 제프 윌크 CEO)는 2019년 6월에도 ‘몇 달’ 안에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의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아마존 로보틱스(Amazon Robotics)의 브래드 포터 부사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프라임 에어는 계속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머지 않아 30분 이내에 고객 주문을 수행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연방항공청(FAA) 등 규제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Fremont)에 있는 스타트업 포니 AI(Pony AI)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서 자율주행차를 이용해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그러나 수량은 하루 200건 정도로, UPS 트럭을 모든 인간 배달원이 한 나절 하는 양과 비슷한다.

코로나가 로봇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로봇 기술이 그 기회를 이용하기에는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로봇들은 그들이 완전히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하다는 것을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로봇 회사들은 배달 로봇을 감독하고, 실수를 예방하고, 로봇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여전히 인간에게 의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포니 AI의 시험 차량에는 여전히 운전대 뒤에 사람이 앉아 있고 사무실에서는 또 다른 사람이 이 차량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

비록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이 기술들이 멋지게 활약할 기회를 놓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은 여전히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코로나가 로봇의 개발과 사회적 수용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대중들이 로봇이 얼마나 유용한지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다.

6년간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그램을 이끌다 지금은 하늘을 나는 전기자동차 업체 키티호크(Kittyhawk)의 CEO로 일하고 있는 세바스티안 스룬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도처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큰 고통의 상황을 겪을 때마다 항상 잘 대응해 왔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그런 상황에서 배우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자율 드론을 만드는 스카이디오(Skydio)의 톰 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번 코로나 대유행이 로봇공학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하이오주 고속도로공사는 스카이디오의 드론을 사용해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교량을 검사한다.

미시간주 앤아버(Ann Arbor)에서는 스타트업 리플랙션(Refraction)이 만든 자전거같이 생긴 자율주행 로봇 8대가 하루 50~100건씩 배송을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매튜 존슨-로버트슨 CEO는 최근 20대의 로봇 주문을 받았으며 조만간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에도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금만큼 거리에 자율차량을 배치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 놓고 서로 만날 수 있는 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