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상정되었던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개정안은 어제 국회 본회의, 오늘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법사위 통과 3일만에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주임법 개정안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6월 한 달에만 윤후덕, 박주민, 백혜련, 박홍근, 김진애 등 범여권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5개의 의원안 및 정부안 총 6건이 발의되었는데, 오늘부터 시행되는 개정 주임법은 법사위에서 이들 개정안들이 하나의 위원회 안으로 통합·조정된 것이다. 향후 주택임대차 시장의 지형을 상당부분 바꿀 것으로 보이는 이번 개정 주임법 내용 중 계약 당사자인 임대인과 임차인이 꼭 알아야 할 점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 피할 수 있나?

이번 개정 주임법은 개정안이 발의될 당시부터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도 적용 된다’는 부칙조항 때문에 ‘소급입법’논란에 휩싸였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선택해 임대차계약을 맺을 권리’도 재산권의 일부인데, 개정 주임법은 시행을 앞두고 임대차 기간 만료가 임박한 임대인의 이 같은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어서 ‘소급입법에 의해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 관련 분쟁이 발생하여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등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함부로 위헌이라 단정 짓기 어려워 현재 임대차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임대인들 역시 이번에 신설된 계약갱신요구권의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개정 주임법 상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제6조의 3)은 흡사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상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연상시킨다. 다만 임차인에게 최대 10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는 상임법과 달리 개정 주임법은 임차인에게 단 1회의 갱신만 허용하여 최대 4년의 임대차기간만 보장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상임법과 동일하다(제6조의 3 제1항). 가령, 임차인이 2회 이상 차임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은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이 때 2회 이상이란 연속적인 연체가 아니라 통산 2회 이상의 연체만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해석된다(제1호).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하고 서로 합의를 하여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데, ‘상당한’보상이 어느 정도의 금액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판례를 통해 정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제3호). 그 밖에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임차권을 넘기거나 일부를 재임대(전대)한 경우(제4호),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제5호), 임대인이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할 필요가 있는 경우(제7호) 등의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개정 주임법 상 임대인은 무조건적으로 임차인에게 4년간의 임차권을 보장해야 하고, 계약갱신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나, 이 같은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 임대인으로서는 이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고, 임차인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계약갱신요구권을 상실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 임대차계약 당사자 간 불신과 분쟁의 씨앗이 될 ‘제8호’ 사유

이번 개정 주임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제6조의 3 제1항 제8호)이다. 특히 해당 조항은 임대인이 이 같은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않았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이 만료되기 전, 즉 최초 임대차기간 만료 후 2년 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에는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입은 손해를 임차인에게 배상하도록 되어 있어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할 여지까지 남겨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임대차계약 당사자 간 불신과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높다(제5항, 제6항).

예를 들어 임차인과 2년간의 임대차계약을 마친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임차인에게 “이번 계약기간이 끝나면 우리 아들이 이 집에서 살 것이니 집을 비워달라.”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에 앙심을 품은 임차인은 그 날로부터 자신이 임차해 살던 집에 새로 임차한 사람이 실제로 임대인의 아들인지, 그 아들이 2년 간 실거주를 하고 있는지 여부를 주시할 것이고, 만약 도중에 어떠한 사정변경이라도 생겨 임대인의 아들이 부득이 다른 사람에게 임차권을 넘기는 경우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을 거절당했던 임차인은 임대인을 상대로 계약갱신거절 당시 3개월분의 월차임(제1호),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여 얻은 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제2호),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제3호) 중 가장 큰 금액을 손해배상 청구할 것이다(제6항). 물론 이 같은 가상의 사례가 극단적인 것일 수는 있으나, 민법전에 규정된 계약 중 임대차계약은 당사자 간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과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만들고 소송을 부추기는 이 같은 조항이 우리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론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