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출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이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보유 주식 전량을 넘긴 결정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달 29일 조 사장에게 지분을 양도한다고 공시한지 한달 만의 행보다.

조 회장은 31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 간 경영을 실질적으로 맡겨왔다”며 “조 사장이 그간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생각함에 따라 앞서 최대주주로 점찍어뒀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입사한 뒤 꾸준히 승진했고 2018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사장)를 맡음으로써 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수행해왔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조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양도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은 지분을 기존 19.31%에서 42.90%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룹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최대주주에 오른 점은 사실상 조 회장에 이어 그룹 총수직을 물려받았음을 의미한다.

그간 업계에서는 재계 관행 상 조 사장 대신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부친 지분을 양도받고 총수직을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 실렸다. 조 회장은 지분을 양도한 후 언론을 비롯한 업계로부터 온갖 추측이 제기되는 동안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지난 30일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본인을 상대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법원에 청구함에 따라 이날 입장문을 배포했다. 한정후견은 정신적 제약을 지닌 성인을 대신해 의사를 결정해줄 후견인을 선임해주는 제도다. 조 이사장 측은 전날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을 지닌 가운데 자발적인 의사로 (지분 양도) 결정 내린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한 조 이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 조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결정에 변함 없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조 회장은 “매주 친구들과 골프를 즐기고 있고, 개인트레이닝(PT)을 받거나 하루 4~5㎞씩 걷기운동도 하고 있다”며 “이번 주식 매각 건으로 (딸과의) 관계가 조금 소원해진건 느끼지만, 딸에게 경영권을 줄 생각은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자식들이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결정하고 관여할 바는 아니라는게 제 소신”이라며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내년 창립 80주년을 앞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더욱 발전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