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미국이 올해 2분기 역대 최악의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을 나타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 등에서 이미 전례없는 수준의 위축(-35%)을 예상했던 만큼 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와 고용시장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3분기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분기별 집계 시작 이래 최악의 성적표… 73년만 최저 성장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대비 연율 기준 -32.9%(전년 대비 –9.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분기별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일정 부분 반영된 지난 1분기의 –5% 성장에 이어, 올 2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하락 폭을 확대됐다. 이에.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 2월부터 미국 경제는 기술적 침체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민간 부문의 소비와 투자가 모두 엄청난 침체를 보였다. 미국 GDP의 약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35% 감소해, 전체 성장률을 25%p 끌어내렸다. 이 중 재화 소비 감소에 따른 영향은 2%p에 그쳤고 나머지 23%p는 서비스 소비의 감소가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도 크게 줄었다. 설비투자는 35%, 장비투자는 38% 감소하며 성장률을 5%p 더 낮췄다.

▲ 미국 올 2분기 실질 GDP는 2014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자료: Bloomberg, DB금융투자

이날 뉴욕 주요 지수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 추락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를 한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등이 강세를 보이며 큰 하락 없이 혼조세를 보였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85% 하락,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대비 0.38% 하락에 그쳤다. 나스닥 지수는 0.43%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소비 심리 위축은 결국 고용시장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30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19~25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43만건으로, 전주 대비 1만2000건 늘었다. 7월 12~1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월말 이후 16주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데 이어 2주 연속이다.

최근 백악관은 5~6월 750만개의 일자리가 회보됐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작년 말과 비교하면 아직도 1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정부지출 중 연방정부의 지출은 17% 증가했지만 주(州) 정부 지출은 오히려 6% 감소했다. 주 정부 세입은 대부분이 소득세와 판매세로 구성되는데, 실업 증가로 납세자들의 소득이 급감하고 경제 폐쇄로 판매세까지 줄었다. 반면 실업보험 지급과 방역과 의료지원을 위한 소비는 크게 늘어났다. 이에 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적자 운영을 지속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주(州)정부 지출 증감율과 전체 정부지출 중 비중 자료= BEA,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권희진 연구원은 “미국 서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고 사망자도 증가함에 따라, 방역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주 정부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다”며 “지금 논의 중인 추가 부양책에 주 정부 지원금이 일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3분기는 어떨까…“빠른 경제 회복 힘들어”

미국 현지 언론 CNN 등에 따르면, 뉴욕 연방준비은행(FRB)은 2분기 극심한 침체의 기저효과로 올 3분기에는 13.3%(전기대비 연율) 경제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코로나 재확산으로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며 코로나 이전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기업 팩테우스에 따르면, 5~6월 미국의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 지출은 증가했지만, 6월 이후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인구조사국 조사 결과, 고용소득이 감소한 가구는 지난 21일 기준 51.1%로, 한 달 만에 3%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실직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가 7월로 종료되지만, 아직도 추가부양책이 의회를 통화하지 못한 점도 3분기 신속한 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 미국 실업률 추이 자료: Bloomberg, KTB투자증권

DB금융투자 박상우 연구원은 “정부의 부양책 중 일부가 종료됐고, 추가 부양 규모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일부 지역에서 재봉쇄 조치가 실시되고 있어 고용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 성장률의 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KTB 박석현 연구원은 “미국 의회에서 추가 부양책을 둘러싼 대립이 불거짐과 함께 소비심리는 꺾이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자생적인 회복력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부양책이 중단·표류할 경우 소비경기를 시작으로 미국 경기 회복세가 하락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