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하나은행이 올해 2분기 자산건전성 관련 지표를 전반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고정이하여신(NPL)비율과 NPL커버리지비율은 각각 역대 최저치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대출 증가, 시중은행 최저 연체율, 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 등 삼박자가 맞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 3월부터 시작된 원금·이자 유예를 시행하고 있는 만큼, '깜깜이 여신'에 따른 착시 효과도 일정 부분 감안해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자료=하나은행
2분기 NPL비율 0.35%…하나은행 출범 이후 최저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하나은행의 NPL비율은 0.35%다. 이는 2015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법인인 KEB하나은행(현 하나은행)이 출범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전분기(0.37%)와 비교해선 0.02%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NPL(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총여신(총대출) 중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은 5개 여신 분류(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의문) 가운데 은행에 손실을 입힐 가능성이 높은 고정, 회수의문, 추정의문 등 3개를 말한다. 통상 NPL비율은 낮을수록 은행 대출자산의 건전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나은행의 NPL비율 감소는 분모인 대출이 증가하고 분자인 고정이하여신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하나은행의 2분기 여신 총 규모는 전분기(256조6490억원)보다 1.6% 증가한 260조67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NPL은 9610억원에서 9170억원으로 4.6% 감소했다. 

낮은 연체율을 유지한 점도 NPL비율 개선에 밑거름이 됐다. 하나은행은 올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올 2분기 기준 4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하나은행·국민은행(0.21%), 신한은행(0.3%), 우리은행(0.31%) 등의 순으로 낮았다. 특히 하나은행은 올 2분기 가계대출 연체율이 더욱 낮아졌다. 지난해 2분기 0.16%였던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0.15%로 개선된 데 이어 2분기 0.13%로 0.02%p 개선됐다.

▲ 자료=하나은행
NPL커버리지비율도 '역대 최고'…'착시 효과' 우려도

하나은행은 그간 관리에 소홀하다고 지적받아 온 NPL커버리지비율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2분기 하나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은 120.9%다. 이 역시 하나은행 출범 이후 가장 개선된 수치다. 출범 첫해인 2015년 말 NPL커버리지비율 62.55%와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올 1분기(95.1%)와 비교해도 25.8%p증가했다. 이는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폭의 개선세이다. 다만 이들 은행 가운데 여전히 NPL커버리지비율이 가장 낮다. 2분기 기준 우리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이 136.4%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134.5%), 신한은행(126.3%)가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3개 은행의 평균 NPL커버리지비율은 132.4%다.

NPL커버리지비율은 충당금 적립액을 NPL로 나눈 값이다. 은행이 NPL로 인한 피해를 어느정도 완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통상 NPL커버리지비율이 120%가 넘으면 실제 부실이 발생해 원리금 회수가 어렵더라도 재무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 당국이 수차례 권고치 100%를 맞추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같은 권고에도 하나은행은 출범 이후 줄곧 60~90% 수준을 유지해해오다 이번에 단번에 120%를 넘긴 것이다.

2분기 하나은행의 NPL커버리지비율이 개선된 것은 NPL 감소와 대규모로 이뤄진 충당금 적립이라는 '두 페달'이 돌아간 결과다.

특히 충당금 적립 영향이 컸다. 6월 말 기준 하나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는 1조108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NPL은 917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7% 감소했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이뤄진 배경에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코로나19가 있다. 하나은행은 사모펀드와 관련해 기타충당금으로 1185억원을 적립했다.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규모도 최대치로 적립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특수한 상황인 만큼, 건전성 지표 개선에 보수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3월부터 오는 9월 말까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원금·이자 유예에 따른 '깜깜이 여신'으로 건전성 지표가 다소 과장되게 개선됐을 여지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은행들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침에 따라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황유예 중인 여신 모두를 5개 여신 분류 가운데 하나인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4대 은행의 만기 연장, 상황유예 규모는 24조7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부실여신 실태가 지표상에 잡히지 않는 점과 이를 대비하고자 하나은행이 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한 점때문에 건전성 지표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다만 이는 현재 모든 은행이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