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미국의 경제 지표 악화와 대통령 선거 관련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국제 유가가 하루 만에 대폭 하락했다.

30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3.3%(1.35달러) 급락한 39.9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 종가가 40달러 밑으로 무너진 것은 이달 9일 이후 약 3주 만이다. 영국 북해 지역의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1.9%(0.81달러) 떨어진 42.94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들을 통해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연율 -32.9%로, 해당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47년 이래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34.7% 감소보다는 양호한 수준이나, 기록적인 경제 후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미국 실업수당 청구 수도 전주보다 약 1만2000건 늘어난 143만4000건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망치인 145만명을 소폭 하회하긴 했지만, 2주 연속 증가세는 고용 회복 정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불거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 대선을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우편 투표의 조작 가능성으로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선거가 될 것"이라며 "안전하고 정확한 투표가 가능할 때까지 대선을 미루는 게 어떠냐"라고 언급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의 다수 의원들도 곧바로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 또한 대선 연기를 제안한 지 약 9시간 만에 공식 석상에서 "대선 연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을 번복했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직접 대선 연기 가능성을 거론한 만큼 정치권 파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애널리스트는 "대선 일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정치 불확실성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추가 부양책 관련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실업수당 관련 법안이 결국 통과에 실패하면서, 원유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공화당은 연방정부에서 지급하는 실업수당 외 추가 보조금을 주당 600달러에서 200달러로 줄이는 내용을 부양책에 포함시켰으나,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 민주당 의원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 600달러의 연방 추가 보조금 지급은 이달로 종료된다. 수백만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 실업자들에게 갑작스러운 소득 절벽이 닥치면서, 경기 부양책이 실행되더라도 일정 기간 소비 급감은 피할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