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배달앱 시장에 라이더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실제 현장을 누빌 라이더 부족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다양한 시사점도 눈길을 끈다.

쿠팡이츠가 쏘아올린 공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깜짝 기업결합을 선언한 바 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로 평가한 후 국내외 지분 87%를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김봉진 대표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물러나 싱가포르에서 합작회사(JV)인 ‘우아DH아시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재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중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우아한형제들의 메시지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결합 사실을 공개하며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와 국내 대형 IT 플랫폼 등의 잇단 진출에 거센 도전을 받아왔다”는 배경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일본계 거대 자금의 지원을 받는 쪽은 쿠팡이다. 그리고 현재, 쿠팡‘발’ 라이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배달의민족과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도. 출처=각 사

현재 쿠팡은 쿠팡이츠를 출시하며 배달앱 시장의 태풍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점주들에게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는 한편 라이더를 모집하기 위해 파격적인 배달비를 제공하는 중이다. 특히 최대 2만원을 지급하는 배달비에 많은 라이더들이 쿠팡으로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강화되는 한편 여름철 특유의 장마 등 궂은 날씨가 라이더의 가치를 키우는 가운데, 쿠팡이츠가 강렬한 프로모션으로 다수의 라이더들을 모집하자 기존 사업자들은 당황하는 눈치다.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가 나섰다. 요기요는 29일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요기요플러스 배달비를 6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하는 프로모션에 돌입했다. 라이더 대상의 프로모션은 장소나 날짜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이지만, 최근 쿠팡이츠의 인상적인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이 가동되자 요기요의 선택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침묵을 지키던 배달의민족도 행동에 돌입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30일 라이더를 1000명 이상 추가 모집해 배달원 부족에 따른 고객과 업주의 불편을 해소하고, 배달 품질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방을 세웠다.

배민라이더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중단됐던 라이더 모집은 지난 17일 재개돼 현재 500명 이상이 신규로 입직했다. 신규 입직자가 1000명 이상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며 이번 모집이 끝나고 나면 배민라이더의 숫자는 총 3000여명까지 늘어난다.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내놨다. AI추천배차에서 배달을 우선 배차하고, 라이더 및 커넥터가 배민라이더스 배달을 선호하도록 프로모션 비용을 지급할 계획이다. 우아한청년들 최진수 이륜배송운영실장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라이더 모집이 재개되면서, 고객과 업주들의 불편이 해소되고 있다”며 “라이더를 1000명 이상 모집하면, 배달 품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출처=배달의민족

흐릿한, 의혹
배달앱 시장에서 라이더 품귀현상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관련 시장이 커지며 현재 라이더로 종사하는 사람은 10만명에 이르지만 전업 라이더는 2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부상하며 배달앱 시장이 성장하고, 여름 장마철이 시작되며 라이더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결정타로 쿠팡이츠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자 각 배달앱들도 서둘러 액션플랜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의혹이 불거지기도 한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자사 B마트에 라이더를 집중시켜 상대적으로 점주들에 라이더가 배분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B마트는 각 거점에 물류창고, 즉 다크스토어를 마련하고 이를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B마트에 라이더를 집중시켜 이를 키우기 위해 인근 점주들에 배정된 라이더를 배제, 결과적으로 해당 점주들의 정상적인 배달영업이 어렵다는 논리다. 이는 배달의민족에 입점한 일반 점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요기요플러스도 마찬가지지만 배민라이더스는 각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라이더 플랫폼이고,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는 자체적으로 운영되는 플랫폼과 계약된 점주와 B마트 등에서 활동한다. 일반 앱에 입점한 점주들은 자체적으로 다른 배달대행사와 계약하기 때문에 이번 이슈와는 상관이 없다.

B마트에만 라이더가 집중된다는 것도 아직은 증명하기 어렵다. 나아가 배민라이더스 소속 라이더들이 일반적인 매장 배달보다 ‘간편하게 포장되어 있고 국물 등이 쏟아질 염려가 적은 B마트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종의 착시효과가 벌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 의혹은 현재 라이더 수급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기도 하다. 배민라이더스 소속 라이더들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B마트로 일부 라이더가 쏠리는 순간 인근 매장의 라이더 배분이 적어지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배달의민족은 라이더 충원을 발표하며 “그간 늘어난 주문 수에 비해 라이더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배달이 늦어지는 불편이 제기됐다”면서 “배달원들이 일을 기피하는 악천후 때나, 음식 주문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에는 라이더 수 부족으로 ‘거리제한’ 조치가 이뤄진 곳도 있었다. 거리제한 조치는 우천 시나 주문량 급증으로 배달 품질이 과도하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면, 배달 가능 범위를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최근의 라이더 몰아주기 의혹도, 라이더 부족에 따른 부작용인 셈이다.

▲ 출처=배달의민족

과연?
각 플랫폼 사업자들이 소위 라이더 쟁탈전에 나서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배달앱과 같은 온디맨드 플랫폼의 노동 경직성 문제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디맨드 플랫폼의 노동 경직성을 우려하고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온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답으로 시장의 확대라는 힌트가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디맨드 플랫폼의 노동 경직성 우려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질 경우, 플랫폼이 그 중심에서 공급자에게서 수요자로 이어지는 권한을 통제하며 부당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플레이어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진다면 공급자에게서 수요자로 넘어가는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다만 최근 벌어진 현상들을 지나치게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 구교현 기획팀장은 “최근 라이더 부족 현상이 벌어지며 각 플랫폼이 처우개선에 나서는 것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면서 “무엇보다 언제까지 처우개선에 나설지 아무도 모른다. 플랫폼들이 임의로 배달비를 올리고 낮추는 상황에서 최근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 기획팀장은 “최근 쿠팡이츠가 라이더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이 역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쿠팡이츠의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도 평상시 기준으로 보면 라이더들에 큰 혜택이 아니다”면서 “배달의민족이 라이더 1000명을 뽑는 가운데 상황(라이더 부족 현살)이 조금만 달라지면 치열한 콜 쟁탈전이 벌어져 라이더의 처우는 더욱 나빠질 것이며, 언제든 플랫폼들이 프로모션을 종료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일반 배달비 책정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는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낼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미 행동에 나섰다. 라이더유니온은 30일 서울고용노동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동부가 조속히 신고필증을 교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니온은 “노동 법률가들은 커넥터와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은 경제적·조직적으로 종속된 채 일하고 있으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단결활동의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도 플랫폼 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노동3권은 기본적 권리로 보장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한국의 플랫폼사 입장은 요지부동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