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지난 정부 당시 ‘창조경제’라는 화두가 국내 경제계를 강타한 바 있다. 물론 그 의미와 방향성을 두고 많은 이견이 나왔으나 결과론적으로 창조경제 패러다임은 현재의 우리에게 두 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하나는 전국에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만남을 끌어내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또 다른 하나는 스타트업의 소중함을 대중들에게 알렸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큰 그림이 스타트업 육성 필요성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둥이자 고용의 기둥이다. 공룡 기업들이 해내기 어려운 일들을 모험가의 심장으로 척척 해내는 혁신가들이자 디지털 경제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신(新) 산업역군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현 정부도 다행히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이 많다.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는 한편 공기업은 물론 일반 재단, 기업에서도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ICT 소프트웨어 일변도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기계적인 정책을 넘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을 강화시킬 소위 소부장 스타트업을 키워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ICT 기술과 일반 제조업의 만남을 꾀하는 소부장 스타트업은 주요 대기업과 함께 서비스 및 제품 출시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전망이다. 제조업 코리아의 본능과 미래를 향해 달리는 4차 산업혁명의 만남인 셈이다.

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VC) 출범이 가시화되는 것도, 큰 틀에서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입체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문제는 내실이다. 스타트업도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며 돈이 움직이고 욕망이 꿈틀대는 곳이다. 투자유치와 실제 사업의 괴리감이 큰 스타트업이 등장해 물의를 일으키는 한편 일부 모럴해저드 현상도 잊을만하면 벌어진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옥죄기라는 고질적인 문제도 아직 해결됐다 보기에는 어렵고, 무엇보다 스타트업에 정도가 아닌 샛길을 유도하는 소위 투자 브로커들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는 가운데, 정부 등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절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정책은 ‘아기 유니콘’ 등등을 운운하며 오로지 눈에 보이는 실적만 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최근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체 오포(ofo)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은 물론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으나, 15억위안(약 2569억500만원)에 달하는 빚만 남기고 사실상 야반도주해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 당장 화려해보이고 멋진 스타트업이라도 단숨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누가 오포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는가.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창조경제부터 오랫동안 지원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조금씩 시장의 안정을 위한 다양한 가능성도 생각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