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정부가 임대차3법을 강행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인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하루 차이로 국회 법제사회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의결도 오는 31일로 앞당겨졌다. 당장 다음달부턴 최대 4년간 계약 연장이 보장되고, 임대료 상승폭도 5% 내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제도가 본격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번 법안 강행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셈법으로 풀이된다. 현재 시장 불안으로 전세값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임대차3법 개정안이 등장하며 집주인들이 미리 가격을 올리는 상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론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뛰어오른 전세값에 임대차3법 시행 속도 

임대차3법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법안이 정부로 30일 이송됐다. 법사위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된 지 하루 만이다. 나머지 전월세신고제도 다음달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었다.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만 거치면, 관보를 통해 공개되는 즉시 시행된다. 국무회의는 통상 매주 화요일 열려 다음달 4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정부는 오는 31일로 일정을 앞당겼다. 당국은 법안 시행에 상당히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임대차3법으로 인해 시장 불안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임차인은 기본 2년에 한 차례 연장으로 최대 4년간 계약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계약을 갱신할 때도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임대료 상승폭이 5% 이하로 조정된다.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해도 상한제가 적용되고, 계약기간이 남은 상황에선 보증금을 올려도 소급 적용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집주인이나 직계존속 등이 실거주를 원할 경우 계약 갱신청구를 거부할 수 있게 되지만, 만일 2년 안에 다른 임대차계약을 진행한다면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진다. 

임대인 입장에선 불리한 조건이 많아, 대책이 지연될 수록 전세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미 서울 아파트 전세값은 전주보다 0.02% 상승해 0.14%를 기록하며,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뿐 아니라 인접한 경기과 인천 지역들도 교통망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마포 용강동 마포래미안리버웰 전용면적 85㎡ 아파트는 지난해 최고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현재 호가는 10억원에 달한다. 이 지역의 공인중개사는 "임대차3법이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 두자는 심산인 듯하다. 앞으로 4년치를 미리 받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먼저 들어간 사람이 임자?···또다른 정책 필요할 것
▲ 서울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정부가 세입자의 안정을 위해 임대차3법을 내놓았지만, 정책 사각지대가 속속들이 발견되고 있다. 우선 현재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으려는 임차인의 경우 오른 가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임차인 가운데서도 계약을 연장하는 쪽과, 새로운 계약을 찾는 이들 간 격차가 생기는 셈이다. 마포구의 중개업자는 "4년 동안 갱신이 묶이는데, 집주인들이 값을 내리겠는가"고 전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허점이 발생한다. 임대차3법이 시행되기 전에 임대인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새로운 세입자와 임대차계약을 맺게 되면, 기존의 임차인은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새로운 임차인을 보호해야하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된 안전장치는 제시하지 않고 대신 시행을 앞당긴 다는 취지다.

또한 장기적으론 임차인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계약 갱신 만료 시점이 돌아오는 4년 이후 임대료가 폭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한국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임대차3법을) 유예 기간 없이 바로 시행돼 임대료를 올릴 여지를 시간을 주지 않는다면, 재계약을 하는 경우 유리할 순 있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4년 후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때는 시장가격으로 계약을 해야될 것이다"면서 "만일 전세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이 아니고, 상흥하는 시점에 있었다고 한다면 (법안에서 규정한) 5% 이상으로 굉장히 많이 상승하는 임대 주택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에는 또다른 정책 보완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민간이 임대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는데, 공공으로 이런 물량 등을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공공 물량을 더 많이 늘려 가야 한다"면서 "민간이 임대사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끔, 유지보수와 관리비 등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조항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겠다"고 제시했다.